"전쟁이 나서 나라가 어려우니 빨리 가야 한다" 집 떠나
[파이낸셜뉴스]

6·25전쟁 당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가 18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0년 10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 고(故) 주영진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51명으로 늘어났다.
유족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고인의 부친이 "아직 나이가 어리니 군대에 안 가도 된다"고 만류했으나, 고인은 "전쟁이 안 났으면 모르는데 전쟁이 나서 나라가 어렵기에 빨리 가야 한다"며 집을 떠났다.
이날 주 일병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있는 고인의 친조카 주명식 씨의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영향을 받아 학군사관 장교로 임관해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는 주 씨는 "호국의 성지 대전현충원에 삼촌을 모시게 돼 큰 영광"이라며 "그렇게 고대하던 삼촌의 유해를 찾은 큰 기쁨을 친족들과 나누겠다. 드디어 조상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 일병은 1928년 2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5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자랐으며, 의협심이 강하고 리더십이 있어 학교에서 교련 연대장을 맡았다고 한다.
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해 북한군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들과 함께 전라북도 남원시까지 걸어가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이후 고인은 1950년 8월 대구 제1훈련소에 학도병으로 합류했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시간도 없이 전선에 투입됐다. 주 일병은 참전한 지 6일 만에 국군 제7사단 소속으로 '기계-안강 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국유단 유가족 탐문팀은 지역별 전사(戰史) 연구를 바탕으로 병적부, 전사자명부를 분석해 유가족의 소재를 추적했고, 2022년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유전자 시료를 확보했다. 또한 유전자 분석관은 정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주 일병과 유가족의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국유단은 "6·25 전사자 신원확인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며 6·25 전사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전국에서 유전자 시료 채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사자의 친, 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로 인한 방문이 어려울 경우 국유단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된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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