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집비용에 6271억 들여
10여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 지출
할부 등 소비자 후생 덩달아 축소
"소비심리 부정적 영향" 지적도
10여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 지출
할부 등 소비자 후생 덩달아 축소
"소비심리 부정적 영향" 지적도
!['수익성 감소→알짜카드 단종' 악순환 … 고객만 피해봤다[카드사, 적격비용 제도 발목(中)]](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5/202504151810193704_l.jpg)
지난해 국내 카드사가 고객 모집을 위해 쓴 돈이 6000억원을 겨우 넘겼다. 10여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모집비용은 카드사가 고객을 모집할 때 들어가는 것으로, 고객 대상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모집비용 감소는 카드사가 고객에 주는 혜택이 줄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적격비용' 제도 시행 이후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부문에서 수익이 줄어든 때문이다.
■수익 감소에 고객 혜택도 줄어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의 지난해 모집비용은 6271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 모집비용은 지난 2011~2012년 7000억원대였으나 적격비용 제도가 시행된 2013년 6550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모집비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2017년에는 1조988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정점에 도달한 모집비용은 더 이상 늘지 않았다. 2020년부터는 8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25%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높은 조달금리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의 수익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비용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카드사는 무이자 할부기간 축소나 알짜카드 단종 등 고객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중소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2012년 만들어진 '적격비용 제도'로 9조2700억원(누적 기준)의 효과가 발생했다. 이를 카드업권이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카드사들은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일차적으로 '고객 혜택'이 축소 대상이 된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고객 입장에서 혜택이 많아 이른바 '알짜카드'로 불렸던 카드의 단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는 지난해 595개 카드의 발급을 중단했다. 전년(458개)과 비교하면 29.9% 늘었다. 2022년(101종)과 비교하면 6배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에도 영향
모집비용 축소는 단순히 고객 혜택 축소를 넘어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가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모집비용을 늘리면 소비심리를 자극하게 되고, 실제 소비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줄면 소비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트래블카드 발급 확대에 따른 해외 체크카드 이용액 증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카드사의 지난해 개인 체크카드 해외이용금액은 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5.8% 급증했다. 트래블카드의 다양한 혜택 덕분이다. 트래블카드는 해외여행을 떠난 여행객에게 무료 환전, 해외 자동현금인출기(ATM) 출금 수수료 면제, 자동 환전 및 예치금 이자 지급 등으로 여행객들에 인기가 높다.
카드사가 국내에서 쓰이는 카드에도 다양한 고객 혜택을 줄 수 있다면 내수 활성화에 카드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의 영향으로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제공, 할인 서비스 등 소비자 후생에 속하는 혜택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본업인 신용판매 확대를 통한 민간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적격비용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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