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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산불에 꿀벌 떼죽음… 꿀값 더 뛴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5 18:12

수정 2025.04.15 18:12

꿀 모이는 아까시나무 경북에 40%
농가 150곳 피해… 꿀 생산량 최저
영남 산불에 꿀벌 떼죽음… 꿀값 더 뛴다
경북 지역 대형 산불로 꿀벌 수억 마리가 폐사하고, 주요 꿀 원천인 아까시나무가 불타면서 꿀 생산량 급감과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꿀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꿀의 주산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양봉 산업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꿀벌 폐사’ 경북 양봉농가 초토화

15일 한국양봉농협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경북 37곳의 양봉 조합원들이 키우던 꿀벌 6574군이 피해를 입었다. 전체 피해 농가로는 약 150곳, 피해 군수는 1만5000군으로 추산된다. 꿀벌 한 군은 약 2만마리로 구성돼 있어, 이번 산불로 4억마리 이상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양봉농협 조합원 총 피해액만 약 66억4000만원에 달해 전체 피해 농가로 범위를 넓히면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 복구도 쉽지 않다. 농가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보험 가입률도 매우 낮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조합원 중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기 때문에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정부의 재난복구비용 지원을 받지만 보상 범위에 한계가 있다. 꿀벌 1군(벌통 1개)당 16만원 보상비 책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봉 산업에 더 큰 타격을 준 건 '밀원(蜜源)'의 손실이다. 꿀벌들이 꿀을 모으는 주요 식물인 아까시나무의 전국 분포 중 40%가 경북에 집중돼 있다. 경북은 양봉 농가 수도 가장 많은 지역으로, 전체 양봉 농가(2만6686가구)의 약 20%가 이곳에 몰려 있다.

게다가 국내 아까시꿀은 매년 5월에 집중 수확되는데, 벌써 몇 해 동안 이 지역에서는 꿀을 채취하기 어렵게 됐다. 박승표 한국양봉협회 경북도지회 사무국장은 "꿀 한해 농사는 5월에 모든 게 정해진다. 아까시나무가 불타면서 올해 꿀 수확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꿀 생산량 줄어… 꿀 가격인상 불가피

아까시꿀은 국내 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벌통당 생산량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 2022년 32.8kg 수준이던 벌통당 꿀 생산량은 2023년에는 26.8kg로 줄었고 2024년에는 22.7kg고 급감했다. 여기에 산불로 인한 추가 피해가 겹치며 올해 꿀 생산량은 역대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은 "많은 양봉 농가들이 양봉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아까시 개회시기를 따라 전국을 누비는 이동양봉을 한다"며 "경북은 이동양봉의 거점인데 산불로 인해 다들 채밀 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래 양봉농협조합장은 "다행이 아까시나무는 불에 탄 나무도 가지치기를 하면 새순이 다시 자랄 순 있다. 다만, 꿀을 뜰 수 있는 아까시나무가까진 약 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꿀뿐 아니라 꿀을 원료로 쓰는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물가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더디다. 산림청은 산불로 인한 밀원 식물 피해조차 세부 조사할 계획이 없고, 농식품부도 피해 복구 계획에 양봉 관련 항목을 별도로 포함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5일까지 피해조사를 완료하고 주택·기반시설 복구, 피해민 지원 등을 담은 산불 피해 복구계획을 4월 내 마련할 예정"이라며 "꿀은 시장에 과잉 공급되는 측면이 있어 가격 문제는 두고 봐야 한다. 밀원수 복구 등은 아직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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