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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다닐때는 "정원 확대"… 변호사 배지 달면 "합격자 줄여야"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5 18:32

수정 2025.04.15 18:32

변협 "변호사 포화상태" 주장
정부에 배출인원 감축 요구 나서
학계에서는 "동의 어렵다" 중론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
신규 변호사 수를 줄여 달라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요구가 도마에 올랐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취지와 맞지 않으며,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혹은 '밥그릇 지키기'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모든 서민의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전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무부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연 12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협은 한국이 유사한 법조 체계를 갖춘 일본에 비해 인구수 대비 변호사 수는 2배, 인구당 인접 자격사 수는 약 6배로 '변호사 포화상태'에 있다고 봤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기준 변호사들의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약 1건일 정도로 과도한 경쟁에 노출됐고 법률서비스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변협의 제시안대로 하면 지난해 제1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1745명 기준 약 31% 줄어들게 된다. 변호사 시험이 도입됐던 2012년 제1회 당시 합격자 수인 1451명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합격자 수는 이후 지난 13년 동안 이 수치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올해 3월 기준 변호사 수는 3만6319명이다. 2012년 1만4000명대와 비교해 2.5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인구대비 변호사 수가 적정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100만명으로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국민 1405명당 1명의 변호사가 존재하는 셈이 된다.

변협 주장처럼 일본 2860명당 1명과 견줘 두 배 이상이다. 다만 260명당 1명인 미국, 500명당 1명인 독일과 비교하면 현저히 부족하다. 변협은 미국, 독일 사례는 제시하지 않는다.

로스쿨 교수진들도 변협의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숫자를 줄인다고 해서 법조계 내 경쟁이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취지다.

수도권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고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만약 합격자 수를 줄여 합격률이 낮아지게 된다면 그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 정원은 그대로 두고 합격자 수만 줄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단순히 일본과 수치 비교를 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구조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기존 변호사들이 수임 부족을 이유로 미래세대 변호사 업무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한 비수도권 로스쿨 교수 역시 "변호사 수만 가지고 논의할 게 아니라, 법률 시장 전체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에겐 더욱 예민한 문제다. 수도권 소재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입학 초기엔 정원 확대와 합격자 수 증대에 찬성하던 학생들도, 막상 변호사가 되고 나면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며 "먹고사는 문제라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A씨 역시 "학생일 때는 대부분 감축에 반대하지만, 붙고 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사실 누가 얘기한다고 바뀔 일은 아니라서, 대부분은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변협 측은 로스쿨 측에 관련 논의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관련 논의가 멈춰있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 등의 경우 1인당 변호사 수가 한국에 비해 많긴 하지만 법무사 등 유사직역이 없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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