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일하는 시간'보다 '일하는 방식' 바꾸는게 먼저 [유연화없는 주4.5일제 없다·中]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6:08

수정 2025.04.16 16:08


출처:한국노동연구원
출처: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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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근무’. 우리에게 익숙한 근무 형태는 산업화 시대의 표준일 뿐,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재택근무, 디지털 노마드, 플랫폼 노동 등으로 시간과 장소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일하는 시간'보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 4.5일제 논의 역시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부터 고민해야 한다.

주 4.5일제, 유연근무가 관건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기업들은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개별적으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생산직을 제외하고 매달 한 번, 금요일에 연차 소진 없이 쉴 수 있게 했다. 다만 필수 근무시간(40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포스코도 ‘격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2주에 근로시간 80시간만 지키면 격주로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이를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동시에 유연근무제도 운영 중이다.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의 도입이 필수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서비스업처럼 현장 기반 업종은 주 4.5일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를 병행하지 않으면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실상 유연화 없는 근무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며, 현실에서 오히려 업무 밀도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는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역설에 부딪히게 된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남은 시간 동안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노동 강도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피로도 증가와 업무 스트레스 심화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선임연구위원은 ‘일하는 방식의 전환점, 유연성과 휴식이 열쇠다’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법적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다 유연한 근무제도와 효율적인 근로시간 관리 방식으로 전환해야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한 시점”이라며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동시에 기업의 생산성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근무시간 다양화·개별화가 트렌드

미래의 근무시간 개편을 논의할 때, 근로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조준모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 등으로 인해 근로시간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흐름은 단순한 유연성보다는 근무시간의 다양성과 개별화로 향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법이 정해주는 시간에 맞추기보다, 근로자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선 교수도 ‘근로시간제도 현대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노사 자율성 확대의 관점에서 변화된 노동환경에 맞게 각 사업장에 맞는 근로시간제도의 설정이 가능하도록 근로시간 관리 단위기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불어 노사가 재량근로의 대상 업무를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연합(EU)의 제도가 있다.
국내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관리 단위는 기본적으로 1주다. 그러나 EU는 4개월 단위 주당 평균 48시간 상한제와 더불어, 퇴근 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이는 ‘더 일할 수 있게 하되, 반드시 충분히 쉬게 한다’는 건강권 보호 원칙이 깔려 있으며, 이런 방식은 단축과 유연화, 휴식 보장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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