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트럼프 관세 온도차… 불똥 튄 불닭, 한숨 돌린 신라면·비비고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8:48

수정 2025.04.16 18:48

삼양, 매출 해외 비중 80% 육박
美수출 압도적 높아 관세 치명적
"당장 공장 계획 없어…대책 고심"
농심·CJ제일제당 "별 영향 없다"
현지 생산량 늘리며 관망 분위기
식품산업協 "국가간 협상이 우선"
농림부, 관세청 등과 대응책 분주
트럼프 관세 온도차… 불똥 튄 불닭, 한숨 돌린 신라면·비비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K푸드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지만 식품업체간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수출비중이 압도적인 삼양식품은 현지 생산공장이 없어 '발등의 불'이 떨어지면서 식품업계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 생산기지를 갖춘 농심, CJ제일제당, 대상 등 주요 식품사들은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며 상호관세 90일 유예기간 정부간 협상 상황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상호관세 불똥, 초조한 삼양식품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미국 법인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지난 4일 "(미국 관세 부과는) 다른 식품사들도 겪는 공통의 문제라 관련 기관, 협회들과 같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을 창시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코첼라 현장을 찾아 불닭 부스를 방문하는 등 현지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77%로 이 가운데 미주 비중이 28%를 차지한다. 미국 현지에서 불닭볶음면의 가격은 1.7달러 정도다. 1달러 수준인 현지 라면이나 다른 한국 라면보다 비싼 편이다. 지난 4일 발효된 미국의 10% 기본관세에 이어 향후 상호관세까지 부과되면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삼양식품으로서는 가격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아직까지 미국 공장 건설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중국 공장도 착공을 안 한 상황이라 현재는 밀양2공장과 중국공장 순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상호관세 부과가 유예된 상황이라 TF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여유로운 농심, CJ제일제당

삼양식품과 달리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다른 식품사들은 큰 우려가 없는 분위기다.

농심은 미국 LA에 2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1공장에서는 짜파게티, 너구리, 신라면컵 등을, 2공장에서는 신라면,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법인 매출액은 5300억원으로 두 공장의 합산 공장 가동률은 60%가 안된다. 현재 40%의 추가 생산 여력이 있어 추후 상호관세 부과시 삼양식품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슈완스 공장을 포함 총 20개 공장을 미국에서 운영 중이며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K푸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상호관세 관련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에 부지를 매입하고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소스, 간편식 등을 생산해 미국 현지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상도 미국 LA공장, 투알라틴 공장 등 2곳에서 김치와 소스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양식품 등 200여개 회원사가 가입된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아직 협회 차원의 관세 대응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 관세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 협회 차원의 대응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현재 관세청, 산업부 등과 상호관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조만간 관세 전문가 등을 초청해 우리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세미나 개최와 함께 다른 부처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