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홍유진 서한샘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여부는 탄핵 심판에 이어 형사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안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앞서 탄핵심판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두 쟁점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증인신문 도중 끼어들면서까지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첩사 과장, '계엄의 밤' 당시 주요 인사 체포 명단 전달 증언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민회 국군방첩사령부 과장은 전날(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구 과장은 이날 법정에서 계엄 당일 김대우 방첩사 방첩수사단장으로부터 '체포 명단 14명을 체포하고 방첩사가 신병을 인계받아 이송·구금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방송인 김어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는 게 구 과장의 증언이었다.
구 과장은 '계엄의 밤' 당시 이현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연락해 인력 지원을 요청한 장본인이다.
구 과장은 경찰 등이 정치인들을 체포하면 방첩사가 이들의 신병을 넘겨받아 구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구 과장은 특히 '(지난해 12월 4일) 0시 41분 (비상계엄) 해제 의결 임박 시점에 우원식·이재명·한동훈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는 물론 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있던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가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방사 경비단장 "의원 끌어내라 지시받았다" vs 尹 "정치적 의도"
지난 14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사태 당시) 의원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조 단장은 "(비상계엄 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저에게 전화해서 '이미 특수전사령부 요원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특전사가 의원들을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 밖에서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 쪽에서 길을 터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측 증인신문 도중 끼어들어 "제가 그 질문을 헌재에서 본 거 같은데 반대신문을 제가 할 건 아닌데 그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법정에서 "증인신문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조 운영과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여부는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 가운데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자신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그는 지난 1월 21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계엄 선포 이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시 결정문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한 국회 진입 및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 0시 30분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고, 곽 전 사령관은 부하인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에게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고 언급하며 지시 사항을 논의했다고 본 것이다.
헌재 판단, 형사재판에도 영향 줄 듯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심판에서는 위법성·위헌성을 기준으로 공직자 파면 여부를 판단하고, 형사재판에서는 형법을 기준으로 처벌 여부 또는 처벌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두 재판을 동일 선상에 두기는 어렵지만 법원이 같은 사법기관인 헌재의 판단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에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와 형사 재판 선고는 별개의 절차라서 헌재의 판단에 형사 재판이 구속받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헌재도 사법기관이고 법원도 사법기관인데 법원으로서는 같은 사법 기관인 헌재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중대한 위헌·위법이라고 한) 헌재의 판단이 형사 재판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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