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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NG·항공기 구매에서 하노이 인근 트럼프 골프장 지원까지… 베트남의 관세 협상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8 05:00

수정 2025.04.18 05:00

지난 3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의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의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시킨 관세 전쟁에 베트남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은 대미 무역 흑자 1235억달러(약 175조원)를 기록하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 멕시코 다음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달초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46%로 정했다.

상호관세 부과는 90일 유예됐으며 베트남에서도 많이 생산하는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도 부과가 연기돼 베트남으로써는 안도하고 있다.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조기지를 대거 옮긴 이후 큰 수혜를 누려왔다.



지난 2018년 트럼프의 관세에 중국 수출 제조업체들은 노동비가 저렴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베트남에 대거 진출했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 기업들의 경우 미국의 관세에 대비해 베트남 공장에서도 생산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 2018년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가 395억달러였던 것이 증가한 것에는 베트남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더 이상 이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 1로 올해 GDP 성장률 목표인 8% 달성을 위해 절대 중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부과하려는 상호관세 46%가 7월로 연기됐으나 베트남 제조업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최근 외신들은 미국 시장용 제품 주문 연기나 취소로 감산하는 베트남의 제조공장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베트남 주재 유럽 상공회의소가 베트남의 183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이 앞으로 투자를 줄이고 감원이나 공장 가동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관세로 베트남의 식료품과 의류, 신발 업계가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베트남 현지 외국 기업 임원들의 말을 인용해 베트남이 과거와 같은 특수를 누리던 것은 끝난 것으로 보면서 중국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베트남과 다른 국가들의 쟁탈전을 예상했다.

또 그동안 베트남에 공장들이 대거 생기면서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았으나 외국인 투자가 줄어듦으로써 숨통이 다시 트이면서 베트남의 제조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 제조기지를 둔 외국 기업들은 상호관세가 유예된 앞으로 3개월동안 베트남이 미국과 협상하는 사이에 미국으로부터 관세가 22~28% 수준으로 하향되는 것을 기대하면서도 더 낮게 부과 받을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전자 제조기업 페가트론은 상호관세 유예를 틈타 오히려 앞으로 3개월동안 미국 시장용 제품을 대폭 증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국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주 베트남을 포함해 3개국을 순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의 관세 인하를 위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달래기에 노력하고 있어 시주석의 순방에도 노골적으로 친중적 성격의 성명을 발표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이 이번 순방에서 자신감을 보이려 했으나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경제 디커플링을 할 가능성에 초조해할 것”이라고 독일마샬펀드의 인도·태평양 이사 보니 글래서가 말했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두고 있는 베트남으로써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관세를 적용받게 됨에 따라 기로에 빠진 상태다.

중국이 미국의 보복관세에 높은 관세로 강하게 맞서는 것과 달리 베트남은 대응에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측을 설득시키기 위해 협상단을 미국으로 보내 자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고 미국산 제품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

베트남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항공기 구매를 늘려 무역 수지 균형을 잡겠다면서 유화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미국에 서로 관세를 완전히 폐지하자고 제안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도록 초청하기도 했다.

LAT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건설 중인 트럼프 골프 리조트 공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도 중국 제품이 베트남으로 우회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도 막을 뿐만 아니라 군사용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 같은 미국의 예민한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제동을 건다는 방침도 정한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베트남 전문가인 리치 맥클랠런은 베트남에 대해 "매우 실용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나라로 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럽 상공회의소 소장 브루노 자스페어트는 "베트남이 미국과 중국 모두를 달랠 수 있다면 현재 같은 혼란한 시기에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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