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외국인, 車·반도체 융단폭격… 매도세 언제 멈추나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0 18:37

수정 2025.04.20 18:37

코스피 한달간 10조넘게 팔아
배당시즌 끝나자 매수 줄이고
美국채금리 치솟자 매도 늘려
외국인, 車·반도체 융단폭격… 매도세 언제 멈추나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세가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전 거래일에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도 대금은 10조원을 넘어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2316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9거래일 연속 10조3610억원어치를 팔았고,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1조9764억원어치를 더 팔았다.



연초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지만, 3월 중순을 기점으로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격한 외국인 매도공세 배경으로 금리, 달러, 관세 등 삼중 악재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자산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주간 기준 49.5bp(0.495%p) 급등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고금리는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주식시장 매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매크로 전략가는 "미국 장기채 금리가 이처럼 급등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신흥국 자산에서 돈을 빼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는 자연스럽게 달러 강세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특히 배당 시즌이 끝난 4월은 통상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약해지는 시기이다. 달러 강세 우려까지 겹치면서 매도세가 심화됐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며 한국 수출 업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 외국인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집중 매도했다. 자동차와 전기차 부품주에 대한 매도역시 두드러진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재정지출 등은 약화되고, 성장에 부담이 되는 관세인상 변수가 감세, 규제완화 등 성장을 이끌 변수보다 영향력이 커졌다"라며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 증가율이 둔화된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피 탈출을 예견하고 있는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인이 순매수한 업종과 종목에 대한 매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3개월 동안 대형주 중에서도 외국인 수급과 실적 측면에서 차별화된 종목 선정이 초과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 이정빈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수급과 실적 개선이 강한 알파 요인이 되고 있다"라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업종 중 외국인 수급이 동반되고 있는 대형주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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