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일자리 줄고 물가 뛴다... 美 反트럼프 민심 확산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0 18:51

수정 2025.04.21 04:42

일방적 관세행보에 시민들 폭발
상점들 "비싸지기 전 물품 확보"
연준 등 내부서도 성장둔화 경고
민주당 잠룡 캘리포니아 주지사
대통령 정책 상대로 소송 제기도
1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주의회 건물 앞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시위 참여자가 '전체주의는 예쁘지 않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독립전쟁 발발 250주년을 맞은 이날 미국에서는 약 2주일 만에 전국적으로 약 700곳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시위대는 트럼프가 '독재자'라며 탄핵 및 파면을 주장했다. 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주의회 건물 앞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시위 참여자가 '전체주의는 예쁘지 않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독립전쟁 발발 250주년을 맞은 이날 미국에서는 약 2주일 만에 전국적으로 약 700곳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시위대는 트럼프가 '독재자'라며 탄핵 및 파면을 주장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버클리(캘리포니아)=홍창기 특파원】 "트럼프는 손을 떼라." "트럼프는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새더 게이트 앞. UC버클리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UC버클리 교수와 학생 500여명이 집결해 트럼프 정부 규탄집회를 열었던 다음 날인 이날도 많은 학생들이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새더 게이트 앞에 정차된 경찰차가 긴장감을 높였다.

18일(현지시간) UC버클리 정문격인 새더 게이트 앞 광장에 '저항에게 영광을!' 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사진=홍창기 기자
18일(현지시간) UC버클리 정문격인 새더 게이트 앞 광장에 '저항에게 영광을!' 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사진=홍창기 기자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의 정문격인 '새더 게이트'에 경찰차가 정차되어 있다. 사진=홍창기 기자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의 정문격인 '새더 게이트'에 경찰차가 정차되어 있다. 사진=홍창기 기자


관세정책 등 트럼프 정부에 대한 미국 내 민심이 들끓고 있다.

중국에 최고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경고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미국 성장률 둔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만 보면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은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7349억달러로 전월 대비 1.4%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매판매 증가는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경제 호조가 아닌 사재기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을 대비해 사전에 최대한으로 물품 구매를 한 것이 지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내 상점 곳곳에서 잔뜩 쌓아놓은 물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상점은 2층 창고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물건이 쌓여 있었고 창고 자리가 좁아 아예 매장 안에 물건을 내놓은 곳도 여럿 있었다. 포춘쿠키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 케빈 찬씨는 "관세 때문에 포춘쿠기 중국산 포장용 종이봉투 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사놓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먹거리 가격을 시작으로 물가가 오를 조짐도 보인다. 차이나타운 퍼시픽애비뉴에 위치한 뉴아시아마켓과 점보 트레이딩 중국 식료품 판매점에서 모두 새로 인상된 가격이 기존 가격태그 위에 선명하게 덧붙여진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에이미 장씨는 "면류를 살 때 보통 10개 구매하면 1개를 무료로 줬는데 이제 그런 것이 사라졌다"고 푸념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미국의 월간 일자리 증가가 전월 대비 20만명 이상 증가에서 10만명 미만 증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관세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세계적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미국 연간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전망치보다 0.5%p 낮은 것이다.

관세 등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 새더 게이트 앞 광장에서 만난 UC버클리 학생 벤 더글러스는 "어제와 오늘 같은 시위는 처음 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샌타클래라 지역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만난 어맨다 스탭씨는 "트럼프는 끔찍하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민심이 들썩이면서 미국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소송을 지난 16일 정식으로 제기했다. 미국 50개 주(州) 주지사 가운데 트럼프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뉴섬 주지사가 처음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을 물고 늘어졌다. 뉴섬 주지사는 관세의 법적 근거로 활용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법정에서 펼 계획이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는 파괴적인 관세정책으로 우리에게 세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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