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청빈의 삶' 쫒았던 프란치스코 교황, 향년 88세에 선종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1 17:31

수정 2025.04.21 17:31

지난 2월 폐렴 앓았던 교황, 88세에 선종
부활절 당일까지 외부활동 이어갔으나 21일 오전에 갑작스레 선종
바티칸 "평생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20일 바티칸에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EPA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20일 바티칸에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남미 출신으로는 역사상 최초로 교황에 올랐던 제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즉위한 지 12년 만이다.

미국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교황청에서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을 맡고 있는 케빈 패럴 추기경은 이날 발표에서 "로마의 프란치스코 주교께서 오전 7시 35분에 성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패럴은 교황이 "평생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화학 기술자를 꿈꿨지만 17세에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22세였던 1958년에 예수회에 입문했다. 1969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칠레와 독일에서 유학했으며 귀국 이후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을 거쳐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올랐다. 3년 뒤에는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21살 무렵 심한 폐렴으로 오른쪽 폐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정확히 어떤 종류의 세균에 감염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당시 대주교를 맡았던 그는 대주교 저택이 아닌 시내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저녁을 직접 요리하며 생활했다. 운전사가 모는 리무진을 타지 않고, 도보로 성당으로 나오고 볼일을 보러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는 "내 백성은 가난한 자들이며 나도 그중 하나"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2013년에 전임 베네틱토 16세가 퇴임하자 5차례의 비밀 투표 끝에 새로운 교황에 올랐다. 그의 즉위명은 13세기 초 청빈한 삶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헌신으로 존경받았던 이탈리아의 성인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따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후 세월호 유가족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며 위로했다. 그는 미국 시사지 타임 선정 '2013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고, 미국 경제지 포천 선정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도 뽑혔다. 타임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는 여러 차례 선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부격차 및 기후변화를 비롯한 사회 문제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사형제도나 낙태, 안락사, 동성애 등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지난 2월 14일 폐렴으로 입원하여 생명이 위독했으나 입원 37일 만인 지난달 23일에 퇴원했다. 당시 의료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소 2개월은 휴식과 재활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부활절을 앞두고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교도소를 깜짝 방문하거나 이탈리아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공개로 면담했고, 부활절 미사에도 등장하는 등 활동을 늘려가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밴스와 면담 이후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이주민과 소외계층 처우 개선을 호소하고 우크라이나에 '정의로운' 평화를 기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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