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희의 온스테이지

뮤지컬 '알라딘'은 익숙한 이야기, 유명한 넘버들, 환상적인 무대, 화려한 의상, 최고의 배우들, 눈과 귀가 호강하는 춤과 노래들 그리고 유쾌한 유머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뮤지컬이다.
아마도 일반 관객들이 뮤지컬을 생각할 때 바로 떠오르는 전형적인 요소들을 모두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뮤지컬의 한 속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뮤지컬은 관객의 요구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장르인데 여기에서 관객의 요구란 일상적이지 않은 환상적인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이야기들이 멋진 배우들의 노래와 춤 그리고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덧입혀지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서울시뮤지컬단에서도 5월에 신작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초연을 준비 중에 있다. 한국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 뮤지컬인데 '알라딘'의 규모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사뭇 다른 한국적 코미디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공연이 뮤지컬 제작기를 다루다보니 뮤지컬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도 꽤 담겨 있다. 살짝 일부 대사를 인용하자면 뮤지컬은 "예술적이지 않게 예술적"이며 "말하다가 갑자기 노래하고 춤추는" 것인데 "현실에서 갑자기 이런다면 미친 사람 같지만 뮤지컬에선" 괜찮다. 그리고 "불가능해 보여도 결국 무조건 해피 엔딩"으로 끝나며 "지루한 현실은 잊어 눈앞에 펼쳐지는 판타지"가 바로 뮤지컬이다.
뮤지컬 '알라딘'은 150분 내내 한순간도 관객이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워져 있다.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비롯한 멋진 넘버들, 18명의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화려한 쇼 퍼포먼스, 국내 탑 배우들의 출연, 마술적 요소들을 활용한 장면들과 더불어 양탄자가 하늘을 나는 무대 장면의 구현 등 볼거리, 들을 거리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쇼맨의 역할을 하는 지니의 연기가 무엇보다 압권이며, 중간에 깨알같이 디즈니 뮤지컬 넘버들을 끼워 넣는 재미들도 선사한다. 디즈니 작품들의 장점인 도입부를 통해 극장의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끌고들어오는 설계도 치밀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이렇듯 브로드웨이 메가 히트작은 오랜 개발 과정과 엄청난 투자를 통해 완성된다.
그래서인지 8년 전에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처음으로 '알라딘'을 관람했을 때에는 이런 뮤지컬을 우리가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버전의 '알라딘'을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우리도 조만간에 '알라딘' 정도의 한국적 쇼 뮤지컬을 만들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뮤지컬은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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