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7명 사상' 봉천동 아파트 방화… 층간소음이 화근 됐나

장유하 기자,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1 18:17

수정 2025.04.21 18:53

4층서 '펑'소리 동시에 발화
60대 男 용의자 숨진채 발견
농약살포기 개조해 불 지른 정황
지난해 말까지 3층 살다 이사
윗집과 폭행 시비 전력도 드러나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일부러 불을 질러 1명이 숨지는 등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와 방화 추정 용의자는 동일인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층간소음 등 이웃 사이의 갈등이 화재의 배경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7분께 봉천동 21층 아파트 4층에서 '펑'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는 불이 났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1명이 숨지고 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발화지점과 같은 층에서 70~80대 여성 2명이 전신 화상을 입고 1층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다수의 주민도 낙상과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한 남성 A씨는 4층 복도에서 발견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에 탄 변사체의 지문을 확인한 결과 60대 남성 방화 용의자와 동일인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불이 난 아파트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는 용의자 A씨가 사용한 것으로, 뒷자리에서 기름통이 발견됐다. A씨 주거지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도 나왔다.

화재 직전 '한 남성이 분사기로 다른 집에 불을 내고 있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씨가 분무형 농약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불을 지른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가 같은 날 오전 8시5분께 현장과 1.4km 떨어진 자신의 어머니 거주지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 불을 내는 모습을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보했다.

경찰은 또 A씨가 지난해 말까지 화재가 난 아파트 3층에 살며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 갈등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윗집 주민과 폭행까지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이후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형사처벌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원 206명과 차량 63대를 투입해 오전 9시54분께 불길을 완전히 잡았으나, 주민들은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은 "집에 있다가 연기가 막 올라오기에 계단을 통해 대피했다"며 "20년 동안 여기 살면서 이런 불이 난 적은 처음이고, 너무 놀라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화재가 휩쓸고 간 현장 앞에서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까맣게 그을린 집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파트 입구에는 경찰 2명이 자리를 지키며 출입을 통제했고, 불이 난 4층으로는 진압복을 입은 소방대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창 조각이 나뒹굴었다.

불이 난 세대와 이웃이라는 주민은 "펑 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올라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다"며 "4층에 사는 주민과는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하고 복지관에 같이 다닌 사이인데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고 놀랐다. (부상 주민이) 괜찮아져야 할 텐데 어떡하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해당 아파트를 방문하던 시민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여기 아파트에 일을 보러 가다가 불이 나서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살면서 이런 현장을 처음 봤다. 너무 놀랐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펴낸 '층간소음범죄의 실태와 특성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층간소음 분쟁으로 연평균 73건의 범죄가 일어났다. 또 범죄의 절반 가량은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폭력범죄가 다수였지만 10%는 살인 등 강력범죄로 확인됐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장유하 기자welcome@fnnews.com 장유하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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