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구글이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 표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 구글 지도는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구글 지도에서 독도가 언제든 다케시마로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구글 지도가 연초 미국에 위치한 사용자에게 보이는 지도 서비스에서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자 애플도 뒤따라 지도표기를 바꿨다.
구글은 영유권이나 지명에 국제적 분쟁이 있는 지역은 사용자 위치에 따라 다른 명칭을 표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구글이 미국 사용자에게 전체 해역을 '아메리카만'으로 표기하는 것에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동해와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에서 보는 구글 지도에서는 동해와 독도로 표기돼 있지만 일본에서는 일본해와 다케시마로 적혀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구글 지도를 켜면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표기된다. 리앙쿠르 암초는 일본이 한국 독도 영유권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국제사회에 퍼뜨리는 용어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국내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은 국외반출 협의체를 구성해 구글이 신청한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 15일, 늦어도 8월 8일엔 결론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에서 고정밀 지리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철강 등 한국 주요 수출품에 부과된 25%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구글이 정작 한국 정부의 요청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근 20년간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고정밀 지도데이터를 주겠다고 했지만 구글은 안정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없으면 지명 오표기 시 수정 요청이 빠르게 반영되지 못한다. 지도 데이터를 해외 본사에서 관리하고 편집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구글이 현지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라 요청 사항이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또 트럼프의 '아메리카만'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구글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지도 명칭 분쟁 등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쉽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주권과 연결된 디지털 영토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리앙쿠르 암초와 같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명확하게 표기가 돼야 한다는 전제를 반드시 깔아야 한다"며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글 지도에서 이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정보가 오가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