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별점 필요 없어요" 미쉐린 선정 식당, 별 자진반납 나섰다..무슨 일?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2 07:07

수정 2025.04.22 07:07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 식당가에서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이 별점을 자진반납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세계적 미식 평가 안내서인 미쉐린의 별점을 받는 건 큰 영예로 여겨지지만 일부 파인다이닝(고급식당) 셰프들이 별점에 대한 오해와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쉐린 별점 달자 '격식' 기대하는 손님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루카에 있는 레스토랑 '질리오'는 미쉐린 측에 자신들이 받은 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레스토랑의 공동 소유주인 베네데토 룰로는 미쉐린 별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레스토랑에 대해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음식과 격식을 차리는 분위기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식당은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티셔츠와 샌들, 반바지 차림으로도 고급 레스토랑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영국 런던의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 '피터샴 너서리'의 셰프였던 스카이 긴겔은 "미쉐린의 별점이 저주가 됐다"면서 "다시는 이를 받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레스토랑을 떠나면서 미쉐린 가이드 등재 이후 일이 너무 바빠졌고 자신의 캐주얼한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파인다이닝 경험을 기대하는 고객들의 불만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셰프 마르크 베라는 최근 프랑스 메제브 스키 리조트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에 미쉐린 비평가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가디언은 이러한 셰프들의 움직임을 두고 미쉐린 별점을 받게 될 경우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 때문에 미쉐린 별점에 부담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미쉐린 가이드, 관광당국에서 돈 받아.. "객관성 담보 힘들다" 지적도

미쉐린 측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쉐린 측은 신세대 미식가나 인플루언서의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친환경적 노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지를 따지는 '그린 스타'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 왔다.

또 가이드북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각국 관광 당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쉐린 가이드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식 비평가 앤디 헤일러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쉐린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했다"라며 "더 이상 인쇄된 가이드북을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관광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쉐린이 관광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고 '미안하지만, 식당들이 모두 형편없으니 별을 줄 수 없다'라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쉐린 측은 "레스토랑을 선정하고 스타를 주는 과정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며 "후원과 등급을 담당하는 팀은 별개"라는 입장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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