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저와 김동문 회장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닮았습니다."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진행된 '대한배드민턴협회 제32대 김동문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이렇게 축사를 시작했다. 유 회장은 "우리는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고 그 메달을 2004 아테네 대회에서 땄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김동문 회장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과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에서는 하태권(현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까지 획득한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유승민 회장 역시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단식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뜨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결승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 불리던 중국의 왕하오를 만났는데 세트 스코어 4-2로 제압하는 이변으로 한국 탁구사를 새로 쓴 영웅이다.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난 2025년, 두 사람은 각각 대한체육회장과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자리에 올라 '개혁의 깃발'을 들고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유 회장과 김 회장 모두 견고하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 시대를 열었는데, 지향하는 바도 유사하다. 일단 기본은 '쇄신'이다.
지난 1월 열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54표 중 64표를 획득, 재선을 노리던 김택규 후보(43표)를 따돌리고 당선된 김동문 회장은 취임사에서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낡은 틀을 과감하게 깨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겠다고 국민과 배드민턴 가족들에게 약속한다"고 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이후 배드민턴계는 홍역을 앓았다. 소위 '안세영 사태' 후 민낯이 드러났고, 김택규 회장과 협회의 불합리한 행정력이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동문 회장은 가감 없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는 "우리의 시스템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드렸고 지금도 무겁게 기억한다"고 짚으며 "변화는 언제나 낯설고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변해야한다.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하는 배드민턴인들이 다시 벅찬 감동을 느끼도록 책임과 헌신으로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오래도록 '스포츠 대통령'으로 군림하던 이기흥 전 회장의 3선을 저지하면서 큰 바람을 일으켰다. 워낙 지지 기반이 넓고 두텁다는 평가를 받던 이기흥 회장이라 쉽지 않은 도전이란 평가가 많았는데, 벽을 부쉈다.
유 회장은 "탁상 위에서 나오는 보고서가 아닌 운동장, 체육관, 회의실 등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면서 "체육은 땀이 있어야 살아나고 사람이 모여야 에너지가 돌며, 대화와 공감이 있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의 고충을 직접 듣고, 시군구체육회가 지역에서 겪는 현실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문 배드민턴협회장의 "협회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조직이 아니다. 배드민턴 가족들과 함께 뛰는 팀이어야 한다. 소통과 공감을 통한 정책으로 실질적 변화를 이끌도록 행동하겠다"고 외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경계 없이, 선수와 지도자를 비롯한 체육인 모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반 성장'의 기치를 들었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동문 회장은 "이제 진정한 변화를 시작해야 될 때이다.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생활체육에서 엘리트 체육까지 이어지는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배드민턴 저변 확대에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선수, 지도자, 심판, 그리고 동호인 등 모든 배드민턴인들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회장도 "기본 방향은 학교 체육, 생활 체육 그리고 엘리트 체육의 '동반 성장'이다.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한다. 종목별로도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파리올림픽에서 13개 금메달을 땄는데, 전체 33개 종목 중 5개 종목에 편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수들이 훈련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지도자들이 전문성과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제도, 종목단체가 지속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 시도와 시군구체육회가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이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나씩 바꿔가겠다"고 했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익숙해져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뜨리려면 배에 힘을 두둑하게 넣고 도전하는 것이 출발이다. 지금껏 가보지 않아 두려운 그런 길은, 뜻을 같이 하는 여럿과 함께 나아갈 때 멀리 갈 공산이 높다.
대한민국 체육계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는 김동문 배드민턴 회장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힘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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