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되고 조직된 집단이다. 이런 군을 정치가 손대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군은 흔들린다. 군 내부 질서가 무너지고, 전투력은 약화된다. 결국, 지켜야 할 국민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이 군 인사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공정(公正)’이다. 군 인사는 철저히 실력과 능력, 그리고 병력 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누가 얼마나 해당 병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어떤 지휘관이 전장 상황에서 침착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가 개입하면 기준이 달라진다. ‘누가 어느 정치 세력에 가까운가’, ‘어느 성향의 정권에 충성하는가’가 인사의 기준이 된다. 실력보다 줄이 앞선다.
이렇게 되면 유능한 지휘관은 밀려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 문화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직 전체가 약해지고 무너진다. 병사들은 지휘관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지휘관은 자기 실력보다 정치적 생존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전투력은 자연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정치 성향 따라 군이 흔들리면 안된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의 색깔이 바뀐다면, 그 자체로 국가의 위기다. 특정 정권에 충성하는 군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국민의 군대가 아니다. 독재 국가나 군부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군이 특정 정치 세력의 눈치를 보게 되면, 그 순간부터 국방은 정치적 협상 카드가 된다.
실제로 과거 여러 나라에서 정권이 군 인사를 장악하고 정치적 충성도를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한 사례들이 있다. 그 결과는 언제나 동일했다. 유능한 군인들은 숙청당했고, 권력에 충성스러운 ‘정치 군인’들이 군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은 위기 상황에서 무능함을 드러냈다.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아예 군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가 군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국가는 흔들리고 국민은 불안해진다.
군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되는 것이 군이 강해지는 기본 중 기본이다. 군 인사는 군 내부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군 인사에 정치적 개입이 계속되는 것은 군을 특정 정치 목적에 복속시키는 위험한 행위다. 지휘관은 장병의 생사와 직결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인맥이나 정치 성향으로 인사를 한다는 건, 결국 병사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다는 의미와 같다. 국민의 아들딸들이 복무하는 군대가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겠는가.
정치가 군을 건드리는 순간, 국방은 흔들린다. 정치는 언제나 갈등과 대립을 내포한다. 여야는 싸우고, 정권은 바뀌며, 정책은 수시로 바뀐다. 이런 불안정한 환경이 군에까지 전이되면 안 된다. 군은 단단해야 한다. 외부 위협 앞에서 흔들림 없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군은 정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그 신뢰는 군이 정치에서 자유로울 때 유지된다. 국민은 군이 어느 정권을 따르는가보다, 오직 국가를 위해 움직인다는 확신을 원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향하면 된다. 그러나 그 정치적 방향성에 군을 끌어들이면 안 된다. 군을 정치의 말단 조직으로 전락시키면, 결국 정권도, 정치도, 국민도 다 같이 무너진다.
군은 나라의 최후 보루다. 정치가 군 인사에 개입하는 순간, 그 보루는 금이 간다. 정권은 바뀌지만, 국가 안보는 끊임없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군의 인사에 손을 대선 안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군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군이 필요하다. 그게 진짜 국익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다. 정치에 줄을 서려는 군인들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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