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국수주의 확산 난세에 '포용'의 교황 잃어…갈림길 선 가톨릭

뉴스1

입력 2025.04.22 16:11

수정 2025.04.22 16:21

22일 오후 대구 중구 천주교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은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2일 오후 대구 중구 천주교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은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선종한 것과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서방에서 국수주의(nationalism)가 확산되는 시기에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고 국수주의를 경계하던 큰 목소리가 사라진 점을 짚었다.

WP는 이날 교황의 선종은 세계 최대 기독교 종파의 역사적인 한 장의 마무리를 의미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교황은 12년간 재임하면서 민감한 문제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전례 없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는 교회가 이혼, 동성애, 피임과 같은 논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이민, 인공지능(AI) 등 현대 문제에 집중하도록 했다. 교황은 미국과 유럽의 반이민 정책과 대립했으며, 빈곤층의 존엄성과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교황은 교리보다는 목회적 활동을 중시하면서 수감자의 발을 씻어주고, 재혼한 가톨릭 신자와 성소수자들과 소통했다. 특히 교황이 지난 2013년 동성애와 관련한 질문에 "내가 누구를 판단하겠는가"라고 한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활동의 시작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사회 정의를 강조하던 교황은 재임 중 교리를 강조하던 교회 내 전통주의자들과 계속 충돌했다. 전통주의자들은 교황의 포용과 가르침이 모순되거나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WP는 교황의 선종 후 교회는 분열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차이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전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도 현재로선 안갯속이다.

WP는 콘클라베가 20일 이내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135명의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로 구성된 이번 콘클라베는 교회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가장 예측 불가능한 회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기 저자이자 교황청 출입 기자인 마르코 폴리티는 WP에 "교회는 지금 교황과 초보수주의자들 간의 지난 10여 년간의 내전을 지나 회복 중"이라며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유력한 후보라고 할 만한 인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때보다 이번에는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까지 새 교황이 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콘클라베 내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수녀인 브리지트 탈하머는 " 평화와 정의,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던 교황의 목소리를 누가 이어갈 수 있을까"라며 "교회가 현재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는 다른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