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또 강력범죄 부른 '층간소음', 고질적 사회 우려 해결책 모색해야

장유하 기자,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2 17:04

수정 2025.04.22 17:47

'봉천동 방화' 층간소음 원한 범죄 가능성
매년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 반복
"분노사회 해결 및 층간소음 제도 마련해야"
22일 오전 방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등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유하 기자
22일 오전 방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등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사건 배경에 층간소음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질적 사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층간소음이 강력범죄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는 만큼 분노 사회 해결과 건물소음 차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봉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농약 분사기로 보이는 방화 도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전 8시 17분께 불이 나 60대 남성 A씨가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불이 난 4층에 거주하던 70~80대 여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4층에서 1층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사망자와 방화 용의자를 동일인으로 판단한다. 경찰은 A씨가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도구에 기름을 넣고 자신의 주택과 인근 아파트에 불은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A씨는 지난해까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며 층간소음으로 이웃 주민들과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윗집 주민과 폭행까지 벌여 경찰이 출동했으나 이후 처벌불원서가 제출돼 형사처벌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도 A씨가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갈등이 잦았다는 증언도 있다.

화재가 발생한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씨(65)는 기자와 만나 "작년에 A씨가 복도에서 이웃과 멱살을 잡고 싸워 경찰이 오는 것도 봤다"며 "당시에는 단순한 다툼인 줄 알았는데 어제 화재 사건이 나고 보니 그 사람(방화 용의자가)이 주민과 싸우던 사람이었다"고 귀띔했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70)도 "지난해 추석 무렵 복도에서 이웃과 말다툼을 크게 해 경찰도 왔다"며 "고성을 막 지르고 그랬던 걸 들었다"고 전했다.

층간소음은 이웃 갈등의 대표적 원인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전화·온라인 상담 건수는 지난 한 해에만 3만3027건으로 집계됐다. 상담 건수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4만6596건과 비교해 29.1% 감소했지만, 당시는 코로나19 때문에 자택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던 때다. 반면 센터가 문을 연 2012년 8796건과 견줘선 275%로 대폭 늘었다.

문제는 층간소음이 살인, 폭력 등 강력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과 관련해 일어난 살인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급증했다.

지난 2013년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30대 형제 2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2016년 경기 하남시 한 아파트에서도 30대 남성이 윗집에 침입해 노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숨지게 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의 동기도 층간소음이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층간소음 갈등이 더 큰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극악한 분노 사회로 변모한 가운데 이웃 간의 배려가 부재해 (악감정이) 물리적인 공격 행위, 법적 투쟁으로까지 표출되는 양상"이라며 "사회적 유대감 형성과 층간소음 조정 위원회 및 소음 방지 장치 마련 등 거시적·미시적 대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내고 "층간소음 문제로 방화, 살인, 폭력 등 강력범죄로 비화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나, 정부와 국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또 다시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며 "안전해야 할 시민들의 정온한 주거 환경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근거 법률을 제정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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