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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태원의 '메가 샌드박스' 제언 참신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2 18:06

수정 2025.04.22 18:33

‘씨름선수 수영시합하는 현실’ 지적
현행 샌드박스와 다른 원스톱 개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한국 경제의 도전과제와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한국 경제의 도전과제와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 성장 모델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메가 샌드박스'와 같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2일 국회 미래산업포럼 출범식에서 '한국 경제의 도전과제와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다.

최 회장의 강연은 '정책과 룰(규칙)의 대전환'으로 요약된다. 그는 "(한국은) 씨름 선수로서 수영 시합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보호무역이 적어도 30여년 지배할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10대 상품 수출 위주의 기존 성장 모델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룰 테이커(규칙을 따라가는 나라)에서 룰 세터(규칙을 만드는 나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수출 정책은 물론 경쟁국 간 파트너십, 인력 양성과 해외인재 유치 등 제도·규제에 관한 고정관념을 버리자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경제 모델이 비슷한 일본과 청정수소, 반도체 소재·부품 등의 협업을 확대하자" "'조건부 그린카드'를 도입해 해외 인재 500만명을 유치하자"는 신선한 제안도 내놓았다. 작금의 국가 성장동력 부재와 저출생 초고령 사회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을 것이다.

'메가 샌드박스'는 참신하다. 최 회장은 "재원이 없고 시간도 모자라기 때문에 한번에 몽땅 풀 하나의 아이디어로 메가 샌드박스를 건의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신사업에 도전하도록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모래밭 놀이터'이긴 한데, 좁은 의미의 현행 규제 샌드박스와는 차이가 있다. 세제와 교육·금융·인력·연구개발(R&D)·지방자치단체 권한 이양까지 확대한 원스톱 개념이다.

"(메가 샌드박스 지역은) 이것 빼고 다하라"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적용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투자를 확대·촉진하는 식이다. 이곳에 인공지능(AI) 등의 인프라도 집중 구축한다. 이렇게 하면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신사업 서비스를 쉽게 확장할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란 설명이다.

경제계는 시대에 뒤처진 중복 과잉 규제를 철폐·완화해달라고 호소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기업 경영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가 끊임없이 양산된다. 국회는 반시장 포퓰리즘 입법을, 지방정부는 행정권을 남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우리 경제는 0%대 성장에 멈춰서 있다. AI·반도체 등 미래산업 투자 지연, 획일적 규제와 낡은 정책, 극단의 정치적 대립 등이 눈앞에서 성장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 중국의 첨단기술 팽창과 과잉생산은 우리 경제를 더 후퇴시킬 것이다.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대선 후보들이 입바른 말을 앵무새처럼 내뱉고 있다. 그러면서 뒤에서는 반시장 입법을 밀어붙인다. 이율배반적 언행이다.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없이는 경제 강국들과 어깨를 겨루며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최 회장의 신선한 제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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