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고령화로 탈퇴 늘면서 위기
"항공료 포함해도 저렴하게 즐겨"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골프장 이용객 감소에 직면한 일본이 한국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주요 고객층이었던 베이비붐(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국내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35년까지 골프 참가 인구가 현재보다 50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골프장은 한국 등 외국인 골퍼 유치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항공료 포함해도 저렴하게 즐겨"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성비와 거리, 온천 관광까지 가능한 일본 골프장이 한국인 고객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국의 골프 인기가 높아졌지만 골프장 수는 일본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고시마현 사쓰마정의 '사쓰마 골프 리조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쇼골프'가 일본 다이와증권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이 골프장은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고, 한국어 응대도 가능하다. 최근 숙박시설(62실)은 가동률이 90%를 넘는다. 서울에서 온 70대 부부는 "코스 관리도 좋고 비용도 저렴하다.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라 부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바라키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바라키공항과 청주를 연결하는 주 3회 전세기가 운항 중인데 이바라키 북부의 '마나 골프클럽'은 매달 550~600명 규모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하시모토 세이이치 마나 골프클럽 지배인은 "한국인 고객이 일본인 감소분을 사실상 메우고 있다"며 "젊은 층 중심이라 트러블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골프장 코스 참가 인구는 530만명이며 이를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추산하면 2035년에는 478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경제산업성 통계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증가세였던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3년부터 다시 줄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나 골프클럽도 고령 회원의 탈퇴가 늘면서 한때 900명이었던 회원 수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골프장들은 '탈(脫) 단카이'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 내 골프장 운영수 2위인 퍼시픽골프매니지먼트(PGM)는 송풍기 장착 골프카트 '쿨카트' 도입, 야간·조기 라운드 확대 등 골퍼 이용 편의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PGM 산하 아코디아 골프도 여성 친화형 클럽하우스와 신규 시설을 도입했다.
그러나 도심 접근성에 따라 인기 골프장과 지방 골프장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PGM 마케팅 책임자는 "도쿄에서 1시간, 오사카에서 30분 거리가 수요의 경계선"이라며 "아직 문제는 크지 않지만 10년 뒤 2035년이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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