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엄마 의상 입고 올림픽 도전' 피겨 김채연 "꿈의 무대 선다면 후회 남지 않겠다"

뉴시스

입력 2025.04.23 08:01

수정 2025.04.23 08:01

하얼빈 동계AG·사대륙선수권에서 연달아 금메달 수확 내년 동계올림픽 출전 도전…어머니 제작 의상 또 착용 대학 입시도 포기하고 피겨에 '올인'…"한층 성숙한 연기 펼칠 것"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지만 열정은 뒤처지지 않았다. 오직 피겨만 생각하며 몰두한 김채연(경기일반)은 어느덧 국내 피겨 여자 싱글 1인자로 우뚝 섰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대학 입시도 뒤로 미룬 김채연은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있는 2025~2026시즌에도 어머니의 애정이 담긴 의상을 입고 빙판을 누비는 김채연은 성인이 된 만큼 한층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다.

◆'금빛 연기' 이어간 2024~2025시즌…"배우고 성장한 시간"

김채연은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낸 다른 선수들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같은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신지아(세화여고)에 가려졌다. 2023년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최종 6위로 선전했지만, 은메달을 수확한 이해인(고려대)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ISU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이었던 2023~2024시즌 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김채연은 2024년 사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다을 수확하며 성장세를 자랑했다.

2024~2025시즌에는 국내 피겨 여자 싱글 1인자로 우뚝 섰다. 올해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현재 여자 싱글 최강자로 꼽히는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고, 서울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채연은 "매 대회마다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기에 100% 만족한 시즌은 아니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며 배우고 성장한 시즌이었다"며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많은 대회에서 심리적으로 안정할 수 있는, 스스로를 더 믿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금메달을 딴 동계아시안게임, 사대륙선수권대회를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꼽은 김채연은 "하얼빈은 역사적인 장소인데, 태극기를 제일 위로 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후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사대륙선수권에서 부담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팬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얻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사카모토를 제치고 딴 것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김채연은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니 언젠가 한 번 쯤은 사카모토 선수를 제쳐보고 싶었다. 제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지만, 워낙 잘하는 선수셔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며 "사카모토 선수를 제치고 1위가 됐을 때 무척 좋았다. 다만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편이고 놀라기도 해서 겉으로 기쁨 마음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쉬운 대회도 물론 있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앙제에서 열린 2024~2025 ISU 그랑프리 3차 대회(4위)와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10위)는 아쉬움을 남긴 대회다.

김채연은 "그랑프리 3차 대회 이전에 훈련하면서 컨디션이 무척 좋았다. 스스로 거는 기대가 컸다. 그래서인지 대회 때 긴장을 많이 했고, 잘 풀어가지 못했다"며 "세계선수권은 더욱 아쉬웠다. 컨디션도 다소 떨어진 상태였고, 긴장도 워낙 많이 했다"고 자책했다.

'국내 1인자'라는 단어에 대해 김채연은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런 표현에 맞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살에 피겨 시작해 국내 최강자로…"피겨 말곤 생각하는 게 없어요"

김채연이 피겨와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었다. 단체 강습을 받은 후 피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처음에 반대했던 어머니 이정아씨도 피겨를 향한 김채연의 열정에 마음을 바꿨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시작은 늦었다.

김채연은 "빙판을 활주할 때 얼굴에 느껴지는 바람이 좋아서 피겨가 좋아졌다. 기술을 익힐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도 매력있었다"며 "시작은 늦었지만, 피겨를 좋아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 늘 즐기면서 탔다. 잘하고 싶으니까 뒤처진 만큼 열심히 하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이 있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고 떠올렸다.

"엄마는 계속 반대하셨다"고 말을 이어간 김채연은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다. 시작도 늦었던데다 비용을 많이 들였는데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었다"며 "계속 하고 싶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고집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쟁이나 공부에 매몰되지 않길 바라던 이정아씨는 김채연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 서울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암면으로 이사를 했다. 김채연은 운길산 자락에서,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김채연은 "개울에서 개구리도 잡고, 산에도 많이 올라갔다. 산에 정말 많이 올라갔었는데, 그게 지금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만약 어머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피겨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김채연은 "평범하게 공부했을 것 같다"고 했다.

늦은 시작에도 빠르게 성장한 김채연은 국가대표로 뽑혔고, 2024년 사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을 기점으로는 세계 정상급 스케이터로 발돋움했다.

김채연은 "2024년 사대륙선수권 이전까지 자책도, 긴장도 많이 했다. 그러나 사대륙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부담 속에서도 대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며 "큰 대회에서 처음 메달을 딴 것이 동기부여도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겨에만 집중했기에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됐지만, 김채연의 머릿속에는 온통 피겨 뿐이다.

'성인이 됐는데 하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 김채연은 "아직 스케이트 말고는 생각하는 것이 없다"면서 "엄마가 운전면허를 빨리 따라고 하시는데 내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꾸준함은 김채연의 강점이다. 기복이 크지 않은 김채연에게는 '클린 여신'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김채연은 "연기를 하기 전에 잘했던 대회 영상을 보며 자신감을 키운다. 예전에 연기를 하기 전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는 '자신있게 타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조언도 김채연에게는 큰 힘이 된다.

김채연은 "가끔 만났을 때 조언을 해주시는데 자신을 더 믿고 타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대회가 끝나면 항상 축하해주시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에도 '수고했다, 다음 시즌 잘 준비해보자'고 하셨다.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엄마표 의상' 입고 올림픽 무대 도전…"한층 성숙한 연기 펼치겠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정아씨는 김채연이 입은 거의 대부분의 의상을 직접 만들었다. 20벌 가까이 된다는 것이 이정아씨의 귀띔이다.

김채연은 "처음 만들어주실 때는 시행착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장식을 붙인 본드 때문에 따갑기도 하고, 의상이 늘어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불편하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의상 제작에 김채연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이정아씨가 최형경 코치와 의논해 제작한다.

김채연은 "대부분의 의상은 엄마가 코치님과 의논해 만드신다. 다음 시즌 쇼트프로그램에서 입고 싶은 의상 스타일을 엄마께 보여드렸는데, 어떻게 완성될지는 엄마와 코치님의 의견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나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2024~2025시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의상 색은 내가 의견을 냈는데, 처음으로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내가 너무 싫어하는 색으로 만들어주시면 바꿔달라고 말씀드린다. 2023~2024시즌 형광 주황색 의상을 만들어주셔서 바꿔달라고 했었다. 당시 버건디 색으로 의상을 다시 만들어주셨다"며 "엄마도 의상 만드시는게 힘드시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최대한 말씀을 안 드린다"고 덧붙였다.

'엄마표 의상'은 김채연에게 큰 힘이 된다. 인건비가 빠지기 때문에 비용도 덜 드는 것이 사실이다.

김채연은 "엄마가 만들어준 의상을 입고 연기하면 든든한 기분이다. 비용도 150~200만원 정도 덜 드는 것 같다"고 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도 어머니가 만든 의상을 입고 도전한다.

다만 올림픽 이후에는 미정이다. 의상을 만드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려 이정아씨도 의상 제작이 힘에 부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이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23. ks@newsis.com
김채연은 "엄마가 의상을 만드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기도 하다"며 "더 만들어달라고 하기가 죄송하다. 차차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2월 수리고를 졸업한 김채연은 '꿈의 무대' 올림픽에 서기 위해 대학 입시도 미뤘다. 이를 결정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김채연은 "올림픽에, 피겨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대학 입시를 미뤄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생각보다 빨리 답을 냈다. 지난해 초에 한 달 정도 고민하고 결정을 내렸다"며 "엄마는 원래 대학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반대도 하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올림픽이 있는 시즌에 한층 성숙한 연기를 펼치고자 심리와 관련된 책도 많이 읽는다. 인생에도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김채연은 "경기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심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다. 읽다 보면 인간 관계나 자존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직 2025~2026시즌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남아있지만, 김채연의 올림픽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김채연은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일 것이다. 그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점프 높이와 비거리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성인이 된 만큼 한층 성숙한 느낌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연기도 한층 성숙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섰을 때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줄이고 탈 수 있을지에 대해 늘 생각한다.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가장 후회가 남지 않는 연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