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한국인 최초 모터사이클 FIM 주니어 GP 챔피언십 출전
올해 총 7차례 주니어 GP 챔피언십 M2 Class 도전
5월 4일 포르투갈에서 부상 복귀 첫 레이스
"두려움 느끼면 성장 정체된다"
"3년 내 꼭 모토 GP 무대 밟고 싶어"
"한국에서도 모터사이클 좀 더 사랑받았으면"
올해 총 7차례 주니어 GP 챔피언십 M2 Class 도전
5월 4일 포르투갈에서 부상 복귀 첫 레이스
"두려움 느끼면 성장 정체된다"
"3년 내 꼭 모토 GP 무대 밟고 싶어"
"한국에서도 모터사이클 좀 더 사랑받았으면"

[파이낸셜뉴스] 스페인 사라고사의 이른 아침. 모터랜드 아라곤 서킷 위를 주황색 유니폼의 젊은 레이서가 질주한다. 바닥에 닿을 듯 낮게 숙여진 자세, 숨소리조차 아낀 집중의 질주. 유럽 모터사이클 무대를 달리는 대한민국 유일의 레이서, 김정수(28)다.
지난해 10월 그는 한국인 최초로 유럽 모터사이클 선수권 중 하나인 FIM 주니어 GP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유럽선수권이다. 모터스포츠계에서 '포뮬러1(F1)'에 비견되는 '모토(Moto) GP' 진입의 마지막 관문이자, 수많은 유럽 유망주들이 경합을 벌이는 격전지다.

■10개국 유일한 한국인 레이서
김정수는 이 대회 6라운드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며 세계 무대를 처음 밟았다. 총 10개국 35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첫 도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예선 주행 도중 커브에서 미끄러지며 쇄골 골절 부상을 입고 본선 출전이 무산됐다. 다음 대회였던 발렌시아 최종전 출전도 무산됐다.
유럽 모터사이클 경기는 총 4일 중 앞선 2일 예선 기록으로 Q1, Q2(상위 그룹)로 등급이 나뉘고, 기록 순서대로 결선 출발 위치가 달라진다. Q1그룹이었던 김정수는 Q2그룹을 노리다 부상을 당한 것이다.
김정수는 "처음에는 뼈가 부러졌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메디컬센터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결승을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부상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두려웠다"고 회고했다.
상처는 곧 신념이 되었다. 그는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성장이 멈춘다"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김정수가 자신의 수술 자국을 들춰내보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다.

■20세 시작해 전국 4연속 우승달성
김 선수의 시작은 남달랐다. 유럽 선수들이 10대 초반, 심지어 5세부터 바이크를 타는 반면, 그는 만 20세가 되던 2018년에야 모터사이클을 접했다. 국내 모터스포츠는 지원도, 환경도 열악했다. 경기장은 단 두 곳 뿐이었다. 여기에 부모의 반대, 사회적 인식의 장벽까지 넘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는 "첫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면 그만뒀을 것"이라며 웃었다.
리퀴몰리 무토 레이싱팀 멤버였던 김정수는 데뷔 후 전국 챔피언십 4회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 2022년 인제에서 펼쳐진 S600 우승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역전에 성공해 더욱 짜릿했다.
그러나 열악한 국내의 현실 앞에 그는 지난 2023년 전격 유럽 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스페인 생활도 그리 녹록지 않았다. 경험도, 레이싱팀의 경쟁력인 자금도 부족했다. 그는 올해 아예 팀을 새로 창단했다. 팀명은 '미션 그랑프리(MISSION GRAND PRIX)'다.


■오는 5월 포르투갈서 다시 달린다
김정수는 올해 총 7번의 주니어 GP 챔피언십 M2 Class(FIM Junior Moto 2 class)에 출전할 예정이다. 사실, 그의 평생 목표인 모토GP 진출은 특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모토GP에 참가하는 팀(기업)에 스카우트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은 당연하고, 상품성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는 "최대 3년을 보고 있다"며 "나의 강점은 한국인 유일 레이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올해 첫 대회는 5월 4일 포르투갈 에스토릴 서킷에서 펼쳐진다. 1차 목표는 다치지 않고 7번의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김정수는 이제 개인의 도전을 넘어선 상징이 되고 있다. 한국 모터사이클 레이싱 불모지에서 세계로 향한 첫 질주다. 그의 존재만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가능해진다.
그는 "언젠가는 한국에도 바이크를 타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며 "내가 그 첫 바퀴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힘줘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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