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세현 황두현 기자 =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로 회부하고 이례적인 속도전을 보이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 후보는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 후보의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23일 공지를 통해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속행기일을 24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날(22일) 이 후보의 사건에 대해 직권으로 전합 회부를 결정한 당일 곧바로 첫 번째 합의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기일을 여는 셈이다.
통상 전합 회의가 한 달에 한 번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심리 속도다. 그간 '6·3·3 원칙'을 강조해 온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속한 재판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3·3 원칙'을 적용할 경우 이 후보 사건의 상고심은 오는 6월 26일까지 선고해야 한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속도전을 두고 법조계에선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 전 선고를 위한 게 아내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과 심리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하면 대선 전 결론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상고기각으로 무죄 확정되면…날개 다는 李
대법원 전합의 선고 시점과 함께 결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일단 이 후보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6월 3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 전 상고기각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는 경우다.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하고 경기 성남 분당구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을 이를 뒤집고 이 후보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전합이 6월 대선 전 선고를 진행하고, 이에 더해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는 결론을 낸다면 이 후보는 법적인 장애 없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비리나 대북송금 혐의 등 다른 재판들은 아직 하급심에 계류돼 있는 만큼 이 후보로서는 대법원이 심리 중인 선거법위반 사건에서만 무죄를 확정받으면 대선 전 마주한 가장 큰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셈이 된다.
유죄취지 파기환송…불확실한 입지 계속
대법원이 대선 전에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내는 것도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경우 이 후보는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대선 레이스는 가능하지만 사법리스크 부담은 계속 안고 가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현 여권은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공세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환송후 2심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따른다. 만약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 서울고법도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피선거권이 걸린 만큼 이 경우 이 후보는 상고를 통해 재상고심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각 3개월씩 진행된다고 계산해도 반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그 사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상고심이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후보 측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자신에 대한 모든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형사상 소추가 기소만을 뜻하는지, 이미 기소돼 진행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대법원이 이번 심리에서 해당 쟁점까지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파기자판으로 판결 확정…법조계 "가능성 낮아"
또 다른 시나리오는 대법원의 파기자판이다. 여권은 이 후보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을 통해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가능성은 낮게 본다. 대법원은 통상 하급심 판결이 동일한 경우 일부 판단을 바로잡을 때 파기자판을 선고한다. 이 대표 사건처럼 1·2심에서 사실관계 해석이 뒤바뀐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뉴스1이 지난 10년 치(2014~2023년) 대법원 사법연감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고심이 처리한 1612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중 파기자판 된 사례는 2014년 1건에 그쳤고, 이마저도 공소기각 판결이 났다.
같은 기간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고 직접 유죄로 판단한 사례는 없었다. 현직 부장판사는 "(이 후보 사건에서) 파기자판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전합 회부 직후인 오후 2시 첫 합의기일을 열어 심리를 시작한 데 이어, 24일 두번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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