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4.5일제가 대선공약으로 떠오르면서 벌써부터 각자의 상황에서 득실을 따지느라 바쁘다. 단순히 지금보다 적게 일하고, 돈은 그대로 준다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냐만 이 시스템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우리동네 단골식당 사장님은 누구보다 주 4.5일제를 반대한다. 혹자는 주 4.5일제를 하면 오히려 외식이 늘어나지 않겠냐고 하지만 오히려 악재가 된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주 6일제 시절 관공서 부근에서 장사를 하다가 주 5일제가 시행되고 폐업을 했었는데, 과거 사례가 또다시 반복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 4.5일제는 단순히 근로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요즘 학부모들에게도 관심이 뜨거운 주제다. 당장 쉬는 날이 늘어나면서 사교육비도 더 들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맞벌이를 하며 초등학생, 중학생을 키우고 있는 같은 아파트 주민은 "모든 직장인이 주 4.5일이 가능한 게 아닐 텐데 빈 시간은 도대체 누가 아이들을 케어해주겠냐"면서 "결국 학원 뺑뺑이를 더 돌려야 하는데 학원들만 배 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장 최저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은 "그럼 주휴슈당은 어찌되는 거냐"는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는 요즘 가슴이 답답한 게 아무래도 '화병' 같다고 토로한다. 주 4.5일제 논란이 본인의 형편에는 '그림의 떡'인 상황인데 주변 사람들은 누릴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고시공부를 오래하다 늦은 나이에 중소기업에 입사할 때는 단순히 대기업 다니는 친구보다 적은 연봉과 복지가 못마땅한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 격차가 너무 심화된다는 것이다. 본인은 육아휴직도 눈치 보여서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대기업 다니는 친구는 남편과 함께 육아휴직을 하며 비교적 편하게 육아를 하는 걸 보며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주 4.5일제까지 못 누리는 부모가 됐다고 생각하니 자신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를 무조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쉽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주 4.5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로 인해 깊어질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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