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가 ‘브라질 모의고사’에서 처절하게 무너졌다. 스리백이라는 새로운 전술을 시험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강호와의 대결 대비라기보다는, 현실을 냉정히 보여준 수모의 밤이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전. 결과는 0-5, 완패였다. 전반부터 경기의 흐름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를 “스리백의 완성도 점검”이라 표현했지만, 실상은 시스템이 아니라 기본기와 집중력의 붕괴였다. 후반 초반 김민재의 백패스 실수, 백승호의 빌드업 실책으로 연달아 실점하며 경기는 와르르 무너졌다. 브라질은 뛰어난 개인기와 패스워크로 상대를 농락했고, 한국은 그 흐름을 끊을 힘조차 없었다. 한마디로 “레벨 차이”였다.
그렇다고 브라질이 ‘최정예’였던 것도 아니다. 네이마르, 하피냐, 에데르송이 빠졌다. 그런데도 한국은 홈에서 단 한 번의 유효슈팅조차 만들지 못했다. 후반에는 완전히 체력과 정신력이 무너져 ‘공격 전개’라는 단어조차 무색했다.
이 경기는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다. 홍명보호가 북중미 본선을 앞두고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고 있느냐를 보여준 시험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당시엔 손흥민이 부상, 김민재가 결장한 상황에서도 1-4로 패했지만, 이번엔 모든 주전이 가동된 완전체였다.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 황인범 모두 건강했다. 김민재도 복귀했고, 홈의 열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점은 더 많았다.
특히 손흥민은 이날 A매치 통산 137경기 출전으로 한국 선수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경기 내내 고립됐다. LAFC에서의 폭발력은 없었다. 전방 압박도, 후방 지원도 부재했다. 볼 배급은 끊겼고, 세컨드 볼은 전부 브라질이 차지했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전방 빌드업’은 브라질의 압박 앞에서 실종됐다.
문제는 단순히 “브라질이라서 졌다”가 아니다. 이런 전개는 월드컵 본선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리백은 조직적인 움직임과 커버 플레이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이 벌어지며 전혀 안정적이지 않았다. 김주성과 조유민이 커버 플레이에 실패했고, 설영우와 이태석의 윙백 라인은 오히려 측면 공간을 내줬다.
이날의 0-5 패배는 단순한 ‘스코어’ 이상의 의미다. 스리백의 완성도가 아니라, 한국 축구의 현재 위치를 잔인하게 보여준 결과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지만, 경험만으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이 북중미에서 유럽·남미 강호들과 맞붙을 때, 이런 실책과 집중력 결여가 반복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브라질의 교훈’은 명확하다. 지금의 전술 완성도, 피지컬, 멘탈로는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날 경기는 평가전이 아니라, 현실점검서였다. 그 현실은 냉정했다 — 그리고, 불합격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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