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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10㎞↓? 국제전엔 박영현이면 된다… 日도 감탄, WBC 한국 마무리는 무조건이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21:41

수정 2025.11.17 21:57

일본전 유일한 페펙트 피칭 박영현
구속 줄었지만, 가장 안정적인 투구
항저우 AG, 프리미어12, 그리고 일본전... 국제전만 되면 펄펄
부천중부터 유신고, kt까지... 큰경기에 유독 강한 투수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투수 박영현이 6회초 등판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친 뒤 웃음짓고 있다. 2025.11.16/뉴스1 /사진=뉴스1화상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투수 박영현이 6회초 등판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친 뒤 웃음짓고 있다. 2025.11.16/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시속 10㎞ 이상 구속이 떨어졌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완벽했다. ‘투수는 결국 제구력’이라는 야구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 선수. 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유일하게 무실점·무출루를 기록한 한국 야구대표팀의 오른팔, 박영현(kt wiz)이었다.

16일 일본 도쿄돔. 4-6으로 끌려가던 6회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숫자만 보면 간단하지만, 이날 대표팀 전체 투구 내용을 통틀어 가장 견고했고, 한국이 무승부(7-7)를 끌어낼 수 있었던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9회 김주원의 극적 동점 홈런도, 그보다 앞선 박영현의 완벽한 2이닝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는 1이닝만 던질 예정이었으나 “한 이닝만 더 던지고 싶다”며 스스로 등판을 자청했다.

시즌 종료 후 한 달 넘게 실전 감각이 사라진 상태, 최고 156㎞까지 뿌리던 직구는 이날 146㎞에 그쳤지만, 그의 투구는 오히려 더 담대하고 더 정교했다.

박영현은 “아예 구속을 안 봤다. 그냥 타자와 싸우는 데 집중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속도를 내려놓자, 제구와 전략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슬라이더는 일본 타자들 앞에서 흡인력 있게 떨어졌고, 느린 구속에도 타자에게 밀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가 아닌 인간 심판의 손에 맡겨진 스트라이크존에서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한국 투수진은 사사구 7개, 그중 밀어내기 4개로 경기 흐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 혼란의 한가운데서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은 투수는 박영현뿐이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투수 박영현이 6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뉴스1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투수 박영현이 6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뉴스1

다시 한번 증명된 사실은 박영현이 지금 한국이 보유한 가장 ‘국제전 친화적인 투수’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시리즈에서만 나온 결과가 아니다. 이미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영현은 대만전에서 압도적인 구위를 앞세워 결승의 문을 열었고, 당시 보여준 압도적인 투구는 여전히 회자된다.

프리미어12에서도 한국의 마무리는 당연히 박영현이었다. 그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압도력을 보여준 투수 또한 박영현이었다. 오히려 일본전에서 그를 쓰지 못했던 것이 ‘천추의 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국제전에서는 ‘박영현 카드’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번엔 투입되자마자 결과로 증명했다. 구속이 떨어져도, 감각이 없어도, 오히려 더 강해지는 투수. 이것은 국제전에서 보기 드문 가치다.

박영현은 경기 후 “내가 잘했다기보단, 타자가 못 친 것일 뿐”이라며 고개를 젓지만, 이날 그의 존재가 대표팀 마운드에 안겨준 안정감은 부정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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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있다. 강대국들과의 단기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승조의 완성도, 그리고 9회라는 마지막 문을 닫아줄 마무리의 존재다
그리고 한국이 WBC와 프리미어12 등에서 세계무대를 호령하던 시절 늘 ‘국제용 투수’가 존재했다. 구대성, 김광현, 류현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 계보의 맨 앞에 서 있는 이름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큰 경기에 강했다.
부천중 시절부터 유신고 시절까지 수없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전력이 있다. 고교 1학년 당시부터 전국대회에서 활약했던 담대한 투수다.
구속이 아니라 마음가짐으로, 힘이 아니라 전략으로, 그리고 어떤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일본 타자를 제압한 구원 투수.

현재 한국의 9회는 박영현이 손끝이 가장 가깝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한 경기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