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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단장 "강백호 20억 옵션, 어려운 난이도"... 협상력 장난 아니다. 시세보다 싸게 잡았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1 11:36

수정 2025.11.21 13:08

손혁 단장 "강백호 옵션, 어려운 난이도"
총액 100억이지만, 사실상 박찬호와 같은 금액
옵션 채운다면 한화로서는 더 큰 행복
2차드래프트 -> 원샷원킬 계약 -> 선수단 정리까지 속전속결
팬들 "협상이 아니라 설계였다"
"손아섭과는 현재 대화 나누고 있는 단계"

강백호(왼쪽)와 손혁 한화 단장
강백호(왼쪽)와 손혁 한화 단장

[파이낸셜뉴스] 한화 팬들이 오랜만에 FA 계약 직후 환호하고 있다. 스토브리그 초입부터 이어진 손혁 단장의 정중동, 2차 드래프트에서의 과감한 결단, 샐러리캡 정리와 자원 회수, 그리고 하루 만에 성사된 ‘원샷 원킬’ 협상 과정까지. 구단 운영 전반에 깔린 분명한 의도와 빌드업의 완성도가 팬들의 신뢰를 극대화하고 있다.무엇보다 강백호의 계약이 알려지자 팬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 지점은 예상보다 큰 20억이라는 옵션금액과 ‘옵션의 난이도’였다. 옵션은 양측 상호합의하에 밝힐 수 없다. 따라서 이 옵션이 그냥 보여주기식인지 아니면 진짜 옵션인지 그 난이도가 중요했다.



그리고 손혁 단장은 2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강백호의 옵션은 어려운 난이도"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계약의 가치를 완전히 바꿔 놓는 핵심 문장이다.

시장에서는 120억, 많게는 150억까지 언급됐던 선수다. 거기에 최근에는 스타급 대형 FA는 100억, 주전급 준척급 FA가 50억이 기준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강백호의 경우 올 시즌 성적이 좋지않다보니, 엄청난 거품론이 일며 몇몇 구단은 발을 뺐다. 팬들도 "말도 안된다"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 선수가 총액 100억에 사인했다. 그리고 그중 20억은 달성 난도가 높아 구단의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구조다. 두산 베어스와 계약한 박찬호와 사실상 같은 계약이다.

만약 강백호가 그 옵션을 모두 채운다면 한화는 전혀 불만이 없다. 돈값을 충분히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옵션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숫자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맞물리는 구조. 그래서 이번 계약은 “싸게 데려왔다”가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한 합리적 계약”으로 평가된다.

팬들이 신뢰를 보내는 지점은 계약 자체보다 ‘그 전 과정’에 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고액 연봉자 안치홍과 이태양을 보호 명단에서 제외했다. 과거라면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그러나 손혁 단장은 팀의 재편과 미래 자원을 위해 단칼을 들었다. 두 선수 모두 이적했고, 한화는 샐러리캡 압박을 덜어내는 동시에 2차 드래프트 보상금 11억을 확보했다. 샐러리캡을 비우고, 실탄을 만들고, 팀 로스터 구조를 정리해 놓은 뒤 마지막에 정확히 타깃을 때린 것이다.

대전 구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강백호.연합뉴스
대전 구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강백호.연합뉴스

실제로 강백호와의 만남은 19일 밤 이루어졌고, 20일 오후 선수 본인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 최종 사인을 하면서 모든 절차가 끝났다.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정리된 계약이지만, 그 하루가 오기까지의 2~3주가 더 중요했던 셈이다.

한화가 왜 강백호를 원했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강백호는 아직 26세다. 8시즌 동안 타율 0.303, 136홈런, OPS 0.876을 기록한 선수에게 ‘성장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존재는 흔치 않다. 첫 시즌 29홈런을 때렸고, 거포 자원은 쉽게 키울 수 없다.

우타 거포 노시환이 있고, 성공 FA 채은성의 타점 생산력이 있으며, 문현빈의 성장세까지 곁들여지면 한화가 오랜 시간 갈망하던 ‘위압감 있는 타선’이 구축된다. 게다가 강백호의 홈런 136개 중 82개가 좌월·중월·우중월로 나왔다. 대전구장의 몬스터월이 변수로 언급되곤 했지만, 오히려 스윙 궤적과 타구 질을 고려하면 맞지 않는 분석이다. 손 단장이 “강한 타구로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홈런이 아니어도 강백호는 득점을 창출할 수 있는 유형의 타자라고 한화는 보고 있다.

밝은 표정의 손혁 단장. 연합뉴스
밝은 표정의 손혁 단장. 연합뉴스

강백호 계약이 발표된 다음 날 한화는 김인환, 윤대경 등 7명의 미계약자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선수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는 단순한 정리 작업이 아니라 구단의 로스터 재편과 샐러리 구조 조정, 내부 FA 선수들의 몸값 등까지 고려한 단계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손 단장은 내부 FA 손아섭에 대해서는 “현재는 서로 이야기만 나누는 단계”라고 밝혔다. 노시환의 장기 계약에 대해서도 한화 관계자는 "시즌때부터 꾸준하게 이야기를 해왔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강백호는 FA 계약 직후 “나를 인정해주고 필요로 해준 구단에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사인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이었지만, 그 이틀을 만들어낸 것은 정돈된 손혁 단장의 플랜이었다.

한화는 최근 3년동안 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여했지만, 팬들로부터 합리적이다라는 반응을 얻은 것은 이번 계약이 처음이다.

외부 FA 시장에서는 철수하지만, 한화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팬들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