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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10연패' 한국, 이번엔 오타니까지 상대해야 한다… 日은 환희, 한국은 한숨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5 12:55

수정 2025.11.25 12:55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3차전에 1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동점 솔로포를 작렬한 뒤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3차전에 1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동점 솔로포를 작렬한 뒤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3년 WBC 우승을 이끌고 MVP·올클래식 지명타자·투수 부문을 모두 휩쓴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가 2026 WBC 출전을 공식 선언했다.

일본 야구계는 환호했고, SNS를 통해 “다시 일본을 대표하게 되어 행복하다”고 밝힌 그의 메시지는 사실상 전력 합류를 의미한다. 심지어 다저스 로버츠 감독이 “개인적으로는 WBC에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살짝 속내를 드러냈는데도, 오타니의 결심은 굳건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대표팀은 다시 한 번 ‘오타니 카드’를 품고 2026년 3월 도쿄돔에서 한국과 마주하게 됐다.

일본으로선 기쁨의 절정이다.

야마모토·사시키·스즈키·기쿠치 등 일본 메이저리거들의 참가는 아직 미정이지만, 오타니의 출전 선언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2023년 결승전에서 트라웃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타니를 위해 준비된 각본 같은 마지막 장면은 일본 야구의 전성기를 상징했다. 그 주인공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일본 야구계는 “세계 최강 재도전”이라는 분위기로 들떠 있다.

SNS를 통해 2026 WBC 출전 의사를 드러낸 오타니
SNS를 통해 2026 WBC 출전 의사를 드러낸 오타니

반면, 한국 야구의 표정은 한층 복잡하다. 이미 일본전 10연패 늪에 빠진 대표팀은 도쿄돔만 가면 작아지는 현실을 반복해왔다. 거기에 오타니가 합류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타니가 나오든 안 나오든 일본을 잡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전력 격차는 투타 양면에서 명확하다. 그렇기에 한국 팬들의 반응은 절망보다는 오히려 ‘웃픈 체념’에 가깝다. “어차피 질 거, 그래도 오타니는 보고 지자…”라는 다소 자조적이면서도 씁쓸한 농담이 도는 이유다.

문제는 현실이다. 한국은 2026년 3월 7일, 바로 그 도쿄돔에서 일본과 1라운드를 치른다. 오타니는 이미 투타 재개 모드에 들어갔다. 2024년 지명타자로만 뛰었지만 올해 다시 투수를 병행했고, WBC에서도 투타 겸업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최강의 전력 구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리빌딩과 세대교체라는 현실적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렇다고 암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오타니의 존재, 일본의 완전체 구성 가능성은 한국 야구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진짜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상대가 강할수록 극복 의지가 강해지는 법이다. 한국은 다시 한 번 높은 산 앞에 섰다.
그 산의 이름은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일본.

지금의 한국 야구에게는 너무나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렇기에 더 투지를 불태울만한 가치가 있는 이름들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