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KBO 역대 최고의 외부 영입 FA
2023년에는 홀로 팀 타선 이끌며 최형우의 아이들 소리도
귄위적이지 않고 워크에식 좋은 클럽 하우스 리더
최형우 은퇴식은 삼성 유력... 레전드 빼앗긴 상실감 커
2023년에는 홀로 팀 타선 이끌며 최형우의 아이들 소리도
귄위적이지 않고 워크에식 좋은 클럽 하우스 리더
최형우 은퇴식은 삼성 유력... 레전드 빼앗긴 상실감 커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가 '호랑이 가족'의 가장 큰 어른을 떠나보냈다.
최형우가 지난 4일 2년 총액 26억 원의 조건으로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했다. 냉정하게 말해 최형우가 없다고 당장 KIA 야구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구단은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고, 42세를 넘어 44세를 바라보는 노장에게 1+1의 안전장치를 걸고 싶어 했던 KIA의 협상 전략 자체가 틀렸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KIA는 최형우에게 총액 자체는 섭섭치 않게 제안했다.
하지만 계산기를 내려놓고 야구의 본질인 '스토리'와 '상징성'을 대입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KIA의 이번 이별이 유독 뼈아픈 이유는 단순한 전력 유출을 넘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공적 FA 서사’를 완성하지 못하고 타 팀에 양보했기 때문이다.
첫째, ‘모범 FA’의 기준점이 사라졌다. 최형우는 KIA 유니폼을 입고 뛴 9시즌 동안 그야말로 '돈값'을 넘어선 활약을 펼쳤다. 9년 중 3할 미만 타율은 단 세 시즌뿐이었고, 20홈런 이상 시즌이 6번, 3할 4푼 이상의 고타율도 3번이나 기록했다. 2017년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암흑기에는 고군분투하며 '최형우와 아이들'이라는 웃지 못할 별칭까지 얻으며 팀을 지탱했다. 심지어 지난 2024시즌에는 109타점을 쓸어 담으며 또 한 번의 우승에 기여했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완벽했다. 전력 질주를 하다 분쇄골절상을 당하고도 이듬해 보란 듯이 건강하게 복귀했다. '아버지'라 불릴 정도의 철저한 워크에식은 젊은 선수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KIA는 단순히 잘 치는 타자가 아니라, 팀 문화의 기준점을 잃었다.
둘째, ‘전주고 출신 레전드’의 은퇴식을 뺏겼다. 이 부분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최형우는 전북 전주고 출신이다. 비록 데뷔는 삼성에서 했지만, 전성기의 2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곳은 광주였다. 9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팬들은 그를 외부 영입 선수가 아닌 '프랜차이즈 스타'와 동급으로 대우했고, 영구결번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최형우가 삼성으로 향하면서 'KIA 레전드'라는 마침표를 찍을 기회는 사라졌다. 최형우의 커리어는 '삼성에서의 시작과 전성기(왕조)', 'KIA에서의 2차 전성기', 그리고 다시 '삼성에서의 은퇴'로 정리될 공산이 커졌다. 만약 삼성이 최형우와 함께 2026년 우승이라도 차지한다면, 훗날 최형우는 '삼성의 레전드'로 더 짙게 기억될 것이다. KIA는 위대한 선수의 황혼기와 그 감동적인 은퇴식을 치를 권리를 삼성에게 내어줬다. 9년간 쌓아올린 서사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이다.
셋째, 2년 26억 원이라는 ‘가성비’의 역설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최형우의 계약 규모는 KIA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었다. 2년 26억 원.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상징성을 고려하면, 그리고 최근 폭등하는 FA 시장가를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는 매년 돈값을 해왔다. C등급이라 보상선수 출혈도 없었기에 삼성 입장에서는 리스크 없는 베팅이었다. 물론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는 불안요소다. 하지만 최형우는 에이징 커브를 비웃듯 매년 기록을 경신해왔다. 최고령 출장, 최고령 안타, 최고령 타점 등 앞으로 쓰일 KBO의 굵직한 역사들은 이제 KIA가 아닌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기록된다. 26억 원으로 지킬 수 있었던 그 수많은 기록과 명예를 놓친 것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KIA는 박찬호, 한승택에 이어 최형우까지 내부 FA 단속에 연달아 실패했다. 특히 최형우의 이탈은 팬들에게 '팀의 정신적 지주를 지키지 못했다'는 상실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프로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야구는 기록 만큼이나 기억이 중요한 스포츠다. '기아의 해결사'가 다시 '푸른 피의 전설'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타이거즈는 꽤 오랫동안 입맛을 다셔야 할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