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벼랑 끝에서 한숨을 돌렸다. 자칫하면 팬심(心)의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는 가장 확실하고도 상징적인 카드를 지켜내며 급한 불을 껐다. ‘대투수’ 양현종(37)이 타이거즈 유니폼을 계속 입는다.
KIA는 4일 양현종과 계약 기간 2+1년, 총액 45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및 인센티브 포함)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총액 45억원은 SSG 김광현이 맺었던 2년 36억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전성기 구위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투수에게 2+1년에 45억원을 안긴 것은 구단이 그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우이자 존중의 표시다.
최형우, 박찬호, 한승택이 이적하며 발생한 두둑한 보상금이 고스란히 양현종에게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구단은 전력 유출로 얻은 자금을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팀의 ‘상징’을 지키는 데 ‘올인’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는 성난 민심을 달래고 팀의 구심점을 잃지 않으려는 프런트의 고육지책이자, 현실적인 최선의 판단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기록이 말해주는 ‘리빙 레전드’다. 2007년 입단 후 18시즌 동안 186승을 거뒀고, 2185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그의 꾸준함이다. 2024시즌 10년 연속 170이닝, 올 시즌 11년 연속 150이닝 투구라는 금자탑은 그가 왜 타이거즈의 심장인지를 증명한다.
심재학 단장의 말처럼 양현종은 대체 불가능한 ‘타이거즈의 상징’이다. 최형우는 떠났지만, 마운드의 버팀목 양현종은 남았다. 통산 3000이닝과 최다승 신기록이라는 위대한 도전도 광주에서 계속된다.
KIA 팬들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비록 여러 선수를 떠나보냈지만, 타이거즈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대투수만큼은 지켜냈기 때문이다. 45억이라는 거액은 단순한 몸값이 아니다. 흔들리는 타이거즈를 지탱할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낸 비용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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