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 "김도영 포지션 아직 미정"
"아시아쿼터 유격수 아직 결정 아니야"
"김도영 몸 상태, 팀 전력, 타격 살릴 수 있는 방법 등 총체적으로 고려"
김도영은 햄스트링 회복... WBC 합류 본격 준비
"아시아쿼터 유격수 아직 결정 아니야"
"김도영 몸 상태, 팀 전력, 타격 살릴 수 있는 방법 등 총체적으로 고려"
김도영은 햄스트링 회복... WBC 합류 본격 준비
[파이낸셜뉴스] 박찬호가 떠났고, 최형우도 떠났다. KIA 타이거즈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팬들에게 시린 겨울 바람과도 같았다.
팀의 야전사령관과 정신적 지주를 동시에 잃은 상실감은 크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역사는 돌고 돌며, 누군가의 빈자리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한다.
이범호 감독 또한 유격수 김도영의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도영의 포지션 변경 가능성에 대해 "유격수와 3루수 훈련을 모두 시켜보고 결정하겠다"라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두었다.
이 감독은 "김도영은 중학교 때 외야, 고등학교 때 유격수를 봤던 선수다.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두 포지션을 모두 훈련해 보고, 본인의 타격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박찬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다. 김도영이 지닌 운동 능력을 100% 활용하기 위한,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한 승부수다.
오키나와에서 아시아 쿼터 유격수 자원을 점검하고 돌아온 이 감독이지만, 확답은 유보했다. "수비도 잘하고 실력도 좋은 선수"라고 평가하면서도, 데일의 영입을 확정 짓기보다는 팀 내 자원들의 이동과 성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최종 결정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 김도영의 유격수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광주동성고 시절 김도영은 고교 최고의 유격수였다. KIA가 문동주라는 걸출한 투수 자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1차 지명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제2의 이종범'이 될 수 있는 수비력과 주력, 그리고 타격 재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2022 신인 드래프트 당시 KIA 스카우트 팀은 김도영과 윤도현이 그리는 광주 키스톤 콤비의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지금 그 시기가 왔다. 현재 KIA의 진용을 보면 김도영이 유격수로 이동하고, 윤도현이 3루를 맡으며, 김선빈이 2루를 지키고 오선우가 1루를 맡는 그림. 여기에 유틸리티 김규성과 박민이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것이 공격력 면에서는 가장 파괴력을 높힐 수 있는 진용이다.
MLB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이곳이다. 김도영이 유격수로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격 재능을 뽐낸다면, 그의 가치는 이정후를 넘어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루수 김도영도 매력적이지만, '거포 유격수 김도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탐내는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된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도영은 지난해 MVP를 거머쥐었지만,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박찬호라는 든든한 우산 아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형우, 박찬호라는 거목이 사라진 라인업에서 김도영은 엄청난 견제를 받게 된다. 몸도 건강 해야한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에서 중심 타선까지 이끌어야 하는 중책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역사상 제대로 해낸 선수가 몇 안된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김도영은 이미 내년 3월 WBC 출전을 목표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WBC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제자의 도전을 독려했다.
지금 KIA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 육성의 확실한 마침표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쿼터는 야수보다는 투수 쪽으로 활용하여 마운드를 강화하고, 유격수 자리는 김도영과 김규성 등 내부 자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다.
명확히 김도영의 포지션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그가 내년 3루수가 될지, 유격수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포지션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김도영의 의지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코칭스테프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특히 코칭스테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의 햄스트링과 건강이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박찬호와 오지환이 수많은 비난을 견디며 대형 유격수로 성장했듯, 김도영 역시 이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슈퍼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3도영이든 유도영이든 박찬호와 최형우가 없는 2026시즌, KIA 타이거즈의 성패는 '김도영'의 어깨에 달렸다. 이제 KIA의 얼굴은 누가뭐라고 해도 김도영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김도영이 유격수의 무게감을 견뎌낼 수 있다는 확신만 준다면, 설령 내년이 아니라도 빠른 시일 내에 우리는 곧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유격수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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