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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첫 월드컵 8강★꿈은 이루어진다"…홍명보號 조 2위만 해도 '꽃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0 18:35

수정 2025.12.10 20:00

북중미월드컵 대진표 분석
韓 축구대표팀 '꿀조' A조 편성
조2위땐 32강서 B조 2위 조우
약체 스위스나 캐나다 만날 듯
16강은 한일전 치를 가능성도
韓, 참가국 중 최소 이동거리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는 홍명보 감독(뒷줄 왼쪽 다섯 번째)이 베이스캠프 후보지로 거론되는 멕시코 푸에블라 콰우테모크 스타디움에서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카를라 로페스 말로 푸에블라 관광부 장관 엑스(X) 캡처·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는 홍명보 감독(뒷줄 왼쪽 다섯 번째)이 베이스캠프 후보지로 거론되는 멕시코 푸에블라 콰우테모크 스타디움에서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카를라 로페스 말로 푸에블라 관광부 장관 엑스(X) 캡처·연합뉴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A조 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숨겨진 '토너먼트 대진표'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대진은 한국 축구가 원정 월드컵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판이 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멕시코, 남아공, 유럽 PO(D)와 A조에 속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면, 토너먼트 대진은 남몰래 휘파람을 불어도 좋다. 조 2위만 차지해도 '꽃길'이 열리는 기막힌 대진 구조 때문이다.



이번 대진의 핵심은 'A조 2위'의 경로다. A조 2위는 32강에서 B조 2위와 격돌한다. B조는 캐나다(1포트), 스위스, 카타르, 유럽 PO(A)가 속해 있다. B조는 냉정하게 이번 월드컵 12개조 중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조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개최국 어드밴티지로 1포트를 받은 캐나다는 1포트 국가 중 최약체로 꼽힌다. 카타르도 아시아 국가 중 최약체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이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경우, 만날 상대는 스위스나 캐나다 중 한 팀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다른 조 2위들이 브라질, 프랑스, 스페인 등이 버티는 조의 1위 팀들과 만나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다. 32강 대진 치고는 난이도가 낮다. 조 1위를 위해 무리할 필요 없이, 안정적인 조 2위 전략만으로도 16강 진출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상성'이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개인기와 유연함이 뛰어난 남미 팀에 약했다. 하지만 이번 대진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우승 후보들을 8강 이전까지 95% 이상 피하는 구조다. 유일한 경우의 수는 브라질이 C조 2위를 하고 32강을 통과하는 것인데, 전력상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한국은 16강까지 유럽이나 북중미, 아프리카 팀들만 대부분 상대하게 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축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유럽세는 익숙하다. 피지컬과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들에게는 충분히 면역력이 있다. 가장 껄끄러운 남미 최강국들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익숙한 유럽·아프리카 팀들과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전력 외적인, 그러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호재'다.

만약 한국이 B조 2위를 꺾고 16강에 오른다면 F조 1위와 C조 2위의 승자와 만난다. 유력한 후보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나 일본(F조 1~2위 예상) 혹은 모로코(C조 2위 예상)다.

물론 16강부터는 모든 팀이 강하다. 한국보다 약한 팀을 찾는다는 것은 욕심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해볼만한 팀과 만나느냐는 것이다. 즉 한국이 감당하기 힘든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같은 '끝판왕'들을 피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네덜란드 역시 유럽의 강호지만, 과거 한국에 0-5 패배를 안겼던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포스는 절대 아니다. 월드컵 성적도 기복이 있다.

여기에 조별리그 3경기를 멕시코 내에서 그것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치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거기에 한국은 참가한 48개국 중 7번째로 이동거리가 가깝다.
체력을 세이브하고 토너먼트에 나설 수 있다. 광활한 북중미 대륙을 오가며 체력을 소진해야 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 컨디션 조절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번 조 편성은 조 1위를 하지 않아도 16강, 나아가 8강까지 넘볼 수 있는 근래 보기 드문 대진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