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송성문과 4년 1500만 달러 계약 확정
보장액 적지만 '선수 옵션' 포함된 알짜 계약... 김혜성보다 유리한 조건
'장타력'과 '멀티 포지션' 가산점, 포스트 김하성 효과 톡톡
보장액 적지만 '선수 옵션' 포함된 알짜 계약... 김혜성보다 유리한 조건
'장타력'과 '멀티 포지션' 가산점, 포스트 김하성 효과 톡톡
[파이낸셜뉴스] 송성문(29)의 행선지가 결국 '약속의 땅'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결정됐다. 내년이면 만 30세가 되는 늦깎이 메이저리그 도전. 하지만 계약 내용을 뜯어보면 단순한 도전자의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1년 먼저 진출한 '후배' 김혜성(26·LA 다저스)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 더 웃었다. 샌디에이고는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제2의 김하성을 기대하는 '저위험 고수익' 전략을 택했다.
AP통신은 22일(한국시간)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와 4년 1500만 달러(약 221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표면적인 총액이나 보장 금액은 1년 전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이 더 높다(김혜성 보장 1250만 달러 vs 송성문 1000만 달러). 하지만 계약의 '질'을 결정하는 디테일에서 송성문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핵심은 '선수 옵션(Player Option)'이다. 김혜성의 계약(3+2년)은 구단이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팀 옵션'인 반면, 송성문은 3년 후 4년 차 계약(400만 달러)의 실행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만약 3년 동안 빅리그에 연착륙한다면 시장에 나가 더 큰 계약을 노릴 수 있고, 부진하더라도 4년 차 연봉을 보장받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는 구단이 선수의 가치를 그만큼 존중했다는 방증이다.
30대에 접어드는 나이, KBO리그 엘리트 시즌이 단 2년뿐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샌디에이고가 지갑을 연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장타력'이다.
김혜성은 콘택트 능력과 주루에서 최정상급 평가를 받았지만, 장타력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송성문은 최근 2년(2024~2025)간 45홈런을 몰아치며 장타에 눈을 떴다. 현대 야구, 특히 메이저리그에서는 내야수라도 '일발 장타' 능력이 필수적이다. 송성문의 2루타 생산 능력(연간 30개 내외)과 홈런 생산력은 빅리그 스카우트들에게 김혜성보다 더 매력적인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했다.
샌디에이고의 팀 사정도 송성문에게 웃어준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김하성(30·애틀랜타)이라는 'KBO산 내야수'의 대성공을 경험했다. 4년 전 3900만 달러를 투자해 골드글러브 수상자까지 배출한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송성문 영입은 부담 없는 재투자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주전급 내야수 루이스 아라에스가 팀을 떠났고,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1루로 이동하면서 2루수 자리가 무주공산이다. 송성문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경쟁력만 입증한다면, 플래툰 시스템을 넘어 붙박이 주전 2루수까지 노려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결국 송성문의 계약은 선수의 기량 향상과 구단의 필요, 그리고 선배들이 닦아놓은 KBO리그에 대한 신뢰가 맞물린 결과물이다. 221억 원의 잭팟을 터뜨린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의 내야에 다시 한번 'K-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다가올 스프링캠프에 시선이 쏠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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