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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계산기만 두드렸다" 싸늘한 시장의 침묵... 조상우, 현실 타협 외에 길이 있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10:44

수정 2025.12.30 10:43

타구단 오퍼 '0', 갈 곳 잃은 A등급 조상우
"155km 조상우만 가치 있다" 냉정한 시장 평가
최형우·양현종과는 다른 '비즈니스 잣대'
캠프 출발 임박, 결국 '현실 타협' 외엔 길 없다

조상우의 FA 계약이 해를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불러주는 구단은 없다. KIA 잔류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뉴스1
조상우의 FA 계약이 해를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불러주는 구단은 없다. KIA 잔류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2025년의 달력이 끝장까지 넘어갔다. 하지만 시장은 차갑다 못해 얼어붙었다. 조상우를 향한 타 구단의 러브콜은 들리지 않았다. 해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사실상 그에게 공식 오퍼를 던진 구단은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뿐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냉혹한 침묵은 예견된 일이었다.

조상우는 외부 영입이 가장 까다로운 'A등급'이다. 그를 영입하려는 팀은 막대한 보상금과 함께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이라는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이 정도의 대가를 치르려면 확실한 '미래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조상우에게서 그 확신을 찾기는 어렵다.

우리가 기억하던 조상우의 가치는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구위에 있었다. 그러나 부상 이후 그의 구속과 구위는 눈에 띄게 하락했다. 140km 초반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하나로 맞춰 잡는 투수는 A등급 보상 장벽을 넘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이것이 시장이 그에게 등을 돌린 근본적인 이유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조상우가 8회초에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조상우가 8회초에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역설적이게도, KIA 입장에서는 조상우가 타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도 있었다.

트레이드 당시 투자했던 1,4R 지명권과 10억을 FA 보상금과 보상선수로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그 시나리오는 폐기됐다.

이제 KIA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트레이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방법은 단 하나,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조상우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 뿐이다.

FA 재취득까지는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조상우가 절치부심해 부활 하는 것이 KIA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이 협상 테이블에 '정(情)'이 개입할 틈은 없다. 최형우나 양현종처럼 팀을 위해 헌신하며 쌓아올린 서사가 조상우에게는 없다.

KIA는 한 시즌 동안 김도영의 부상으로 3루수 수비를 하며 고생했던 위즈덤도 보류권을 풀어준 바 있다.

하지만 조상우는 지난 시즌 철저히 '우승 청부사'의 역할로 영입되었으나,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지니스 적인 관점 외에 다른 부분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이유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전상현이 9회에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전상현이 9회에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게다가 KIA는 이미 조상우의 이탈을 어느 정도 대비해 뒀다. KIA는 2024년 우승 멤버에서 홍종표, 최원준, 이우성, 박찬호, 최형우 등 야수진만 5명이 이탈했지만, 마운드는 윤영철, 곽도규 외 모든 전력이 그대로 있다.

특히 우완 셋업맨 쪽은 이태양, 김시훈, 한재승, 홍민규, 황동하, 강효종, 김태형 등 새로운 얼굴들이 꽤 많이 합류한다. 기존의 전상현, 성영탁, 정해영 등 필승조도 건재하다. 선발진도 네일, 올러, 양현종, 이의리, 김도현까지 그대로 있다.

조상우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마운드가 무너질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주축 타자들의 이탈로 내년 시즌 당장 우승을 노리기 힘든 KIA가 구원 투수에게 '오버페이'를 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 최형우를 놓친 마당에 조상우에게 그 이상의 금액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런 상황은 팬들도 원하지 않는다.

KIA는 최형우가 이적하면서 조상우에게 많 돈을 쓸 명분도 없어졌다. 행여나 최형우를 놓쳤는데 조상우에게 그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다면 그 자체로 팬들에게 큰 비난을 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KIA는 최형우가 이적하면서 조상우에게 많 돈을 쓸 명분도 없어졌다. 행여나 최형우를 놓쳤는데 조상우에게 그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다면 그 자체로 팬들에게 큰 비난을 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이제 해가 바뀌고 있다. 조상우의 최종 결단만이 남아있는 모양세다.뉴시스
이제 해가 바뀌고 있다. 조상우의 최종 결단만이 남아있는 모양세다.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칼자루는 완벽하게 KIA가 쥐게 됐다. 아쉬운 쪽은 구단이 아니라 선수다. 구단이 굳이 수정 제안을 할 이유도, 사인 앤 트레이드 같은 묘수를 써줄 이유도 없다. KIA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 선수를 저렴한 가격에 길게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스프링캠프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구단은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에 들린 계약서의 숫자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선택지는 조상우에게 넘어갔다. 구단이 제시한 현실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절치 부심하며 4년 뒤를 기약하느냐, 아니면 과거 이용찬의 사례처럼 기약 없는 'FA 미아'의 시간을 견디며 시즌 중 구원진이 펑크가 나는 팀을 기다리느냐.

어느 쪽이든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시장의 평가는 조상우의 전성기 시절 기억이 아닌 현재의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의 태양이 곧 떠오른다. 이제 진짜 조상우의 결단만이 남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