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금도 내가 잘 안되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다. 더더욱 그런 시선으로 봐달라"
이건 단순한 취임 소감이 아니었다. K리그 판 전체를 향한 섬뜩한 선전포고였다. 2일 수원 삼성의 제10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정효 감독이 또 한 번 자신의 '반골(反骨)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영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뻔한 모범답안을 내놓았을 자리다.
이날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안티들을 향한 메시지였다. 이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담담하지만 뼈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감보다는 사명감이 있다. 지금도 내가 잘 안되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은데, 더 따가운 시선으로 볼 것이다. 그렇게 계속 봐주길 바란다. 부정적인 시선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면서 전진하는 내가 다른 지도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알고 있었다. 광주 FC 시절 보여준 파격적인 언행과 도발적인 인터뷰로 인해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그 혐오마저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노력은 누구나 하지만 힘들 때 버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버티고 버티면 기회가 온다"며 자신을 지탱해 온 힘의 원천이 '오기'와 '버팀'이었음을 고백했다.
이는 패배의식에 젖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2부 리그에 머물게 된 수원 삼성 선수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착한 축구', '얌전한 축구'로는 절대 지옥 같은 2부 리그를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독기'를 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웅변한 셈이다.
이 감독은 외부를 향해서는 날을 세웠지만, 내부를 향해서는 파격적인 '실패 용인론'을 설파했다. 그는 "방어적인 인생보다 도전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축구로나 실수에 과민 반응하는데, 실수해도 괜찮다.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시즌 중요한 순간마다 위축되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수원 선수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진단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 훈련 태도나 생활 방식 등 모든 것을 바꿔놓고 싶다"며 단순한 전술 변화가 아닌, 팀의 체질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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