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트레이드' 악몽과 드래프트 잔혹사… 뼈아팠던 '암흑기'
"역대급 신의 한 수"… 통합 우승 이끈 '황승빈 영입' 나비효과
'수비형 아포짓'의 재발견… 신호진, 전광인 공백 지우고 화려한 '비상'
블랑이 쏘아 올린 '트레이드 매직', 현대 왕조 재건의 열쇠
"역대급 신의 한 수"… 통합 우승 이끈 '황승빈 영입' 나비효과
'수비형 아포짓'의 재발견… 신호진, 전광인 공백 지우고 화려한 '비상'
블랑이 쏘아 올린 '트레이드 매직', 현대 왕조 재건의 열쇠
[파이낸셜뉴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에게 지난 몇 년간 '트레이드'와 '드래프트'는 금기어에 가까웠다. 명가 재건을 외치며 시도했던 과감한 변화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고, 이는 팀의 암흑기를 길어지게 만든 원흉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필립 블랑 감독 체제 하에서 현대캐피탈은 그 지독했던 '트레이드 흑역사'를 지우고, 이제는 '우승 청부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시계바늘을 몇 년 전으로 돌려보면 현대캐피탈의 상황은 참담했다. 최태웅 전 감독 시절 단행된 대형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팀의 기둥이었던 신영석을 내주고 유망주 세터 김명관을 받아온 3대3 트레이드는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신영석은 이적 후에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군림하며 올스타 1위를 놓치지 않은 반면, 기대를 모았던 김명관은 전혀 잠재력을 만개하지 못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의 판단 미스도 뼈아팠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도 현재 국가대표 주축으로 성장한 임성진(한국전력)과 정한용(대한항공)을 모두 지나쳤다.
대신 선택했던 김선호와 홍동선, 이현승 등은 팀에 안착하지 못했다. 김선호는 대한항공으로 떠났고, 이현승 역시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다. '리빌딩'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선택들이 결과적으로는 팀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셈이었다.
하지만 블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그 시작은 세터 황승빈의 영입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현승과 차영석을 내주고 KB손해보험에서 황승빈을 데려오는 강수를 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대캐피탈 역사상 최고의 트레이드'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황승빈은 팀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세터 불안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되었음은 물론, 올 시즌에도 그가 코트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연하다. 현재 현대캐피탈이 선두 대한항공을 승점 3점 차로 바짝 추격하며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은 단연 황승빈의 손끝에서 나온다.
황승빈이 '증명된 현재'라면, 또 하나의 트레이드 카드는 '진화하는 미래'다. 바로 팀의 심장과도 같았던 전광인을 내주고 OK저축은행에서 데려온 신호진이다.
트레이드 초기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다. 망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공수 밸런스가 완벽한 전광인을 내보낸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OK에게는 연전연패했고, 상대방의 아웃사이더히터에게 블로킹이 숭숭 뚫리며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신호진의 가치는 재평가받고 있다. 블랑 감독은 신호진을 단순한 공격수가 아닌, 리시브와 공격을 겸비한 '수비형 아포짓'으로 활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현재 신호진은 허수봉, 박경민과 함께 3인 리시브 라인을 구축하며 주포 레오의 수비 부담을 완전히 덜어주고 있다. 레오가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우려했던 공격력도 살아났다. 특유의 빠른 스윙을 앞세운 퀵오픈은 알고도 막기 힘들 정도다. 최근 경기 공격 성공률이 60%에 육박하며, 특히 난적 대한항공전에서도 14득점에 60%에 가까운 성공률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물론 낮은 신장 탓에 블로킹 높이가 낮아져 상대 레프트 공격수들에게 틈을 줄 수 있다는 약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신호진은 이를 탄탄한 리시브와 높은 공격 효율로 상쇄하고 있다.
블랑 감독의 과감한 결단은 현대캐피탈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황승빈이라는 확실한 야전사령관을 얻었고, 신호진이라는 다재다능한 카드를 통해 전술적 유연함을 확보했다.
만약 이 시스템이 끝까지 작동하여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블랑 감독이 주도한 두 건의 트레이드는 V-리그 역사에 남을 '대성공 신화'로 기억될 것이다. 과거의 트레이드 실패로 인한 홍역을 딛고, 현대캐피탈이 다시금 리핏을 향한 기틀을 다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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