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결국 '어른'들이 나섰다. 법적 공방과 시청률 추락, 그리고 상호 비방으로 얼룩진 야구 예능판의 참상을 보다 못한 은퇴 선수들이 침묵을 깼다.
프로야구 은퇴 선수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김광수)가 최근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최강야구(JTBC)'와 '불꽃야구(스튜디오 C1)'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핵심은 하나다. "공멸(共滅)만은 막자"는 절박한 호소다.
16일 일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 사안은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의 존폐 문제가 아닌 한국 야구 문화 전반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는 현 상황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일구회는 곤란한 위치에 서 있다. 한쪽은 방송사의 권리(JTBC)를, 한쪽은 야구인들의 땀(불꽃야구)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구회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려 애썼다.
그들은 "JTBC와 결별 후 불꽃야구로 새출발하는 과정에서 법적 판단이 있었던 건 사실이며,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JTBC의 손을 들어준 가처분 신청 결과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점은 그 뒤에 찍혔다. 일구회는 "불꽃야구는 야구 저변 확대에 기여해왔다. 중단되거나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의 논리로 콘텐츠 자체가 '삭제'되는 상황만큼은 막아달라는 야구인들의 간곡한 부탁인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시청률 부진과 폐지설로 벼랑 끝에 몰린 JTBC '최강야구'에 대한 언급이다. 일구회는 '불꽃야구'를 옹호하면서도 현존하는 '최강야구'를 외면하지 않았다.
일구회는 "현재 방영 중인 최강야구 역시 이종범 감독을 중심으로 그라운드에서 흘리는 땀과 진정성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제작진 교체 후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현재의 최강야구 팀에게도 "너희 역시 우리 식구"라며 손을 내민 것이다.
JTBC와 스튜디오 C1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은퇴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다. "승패를 넘어선 야구인의 존엄과 절박함"을 강조한 일구회의 메시지는, 자본과 법의 논리 뒤에 숨은 '야구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뼈 있는 일침이다.
전설들의 등판이 과열된 난타전을 멈추고 두 프로그램의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야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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