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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은 잊어라… 쇼트트랙 ‘골든데이’ 정조준 [2026 밀라노-코르티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1 18:28

수정 2026.02.11 18:40

쇼트트랙 대표팀 개인전 돌입
13일 새벽 男 1000m, 女 500m
태극전사 6명 전원 준준결승 안착
임종언, 예선전서 컨디션 상승세
황대헌·신동민도 안정적 레이스
女 500m는 ‘간판’ 최민정 출격
침착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임종언.연합뉴스
침착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임종언.연합뉴스
빙판 위에서 흘린 눈물은 마를 새도 없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주저앉는 대신 스케이트 끈을 다시 단단히 동여맸다. 불운했던 '밀라노의 첫 단추'를 잊고, 이제는 실력으로 증명할 시간이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윤재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오는 1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리는 남녀 개인전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종목은 남자 1000m와 여자 500m. 지난 10일 열린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불의의 충돌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아픔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분위기 반전의 선봉장은 남자 대표팀이다. 특히 1000m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전략 종목'이다. 예선전부터 흐름이 좋다. 임종언(고양시청), 황대헌(강원도청), 신동민(고려대) 등 출전 선수 3명 전원이 가볍게 준준결승에 안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세대 에이스' 임종언의 성장세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만 해도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임종언은 혼성 계주와 개인전 예선에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빙질은 다소 무른 편이다. 무리한 몸싸움이나 급격한 방향 전환은 미끄러짐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임종언은 이를 간파한 듯 무리한 추월 대신 안정적인 레이스를 택했다. 예선에서 루카 스페케나우세르(이탈리아)에게 선두를 내주면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장면은 그의 영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테랑 황대헌 역시 특유의 과감함보다는 안정을 택했고, 막내 신동민도 군더더기 없는 레이스로 힘을 보탰다.

경쟁자들의 부진도 호재다. 2025-2026 시즌 월드투어를 지배했던 '세계 최강' 윌리엄 단지누(캐나다)는 이번 대회 들어 몸놀림이 무겁다. 혼성 계주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으로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다.

여자부는 500m 단거리 승부에 나선다. 한국 쇼트트랙이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취약 종목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여제' 최민정(성남시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 훈련에 집중하며 단거리 능력을 끌어올린 최민정은 혼성 계주에서도 1번 주자를 맡아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했다.

변수는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의 컨디션이다. 김길리는 혼성 계주 준결승 당시 넘어진 미국 선수와 충돌하며 펜스에 부딪혀 오른팔 통증을 호소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0.001초를 다투는 쇼트트랙에서 미세한 통증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표팀 김민정 코치는 "막내인 김길리가 육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언니, 오빠들이 곁에서 다독이며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위기에 강했다. 한 번의 넘어짐이 오히려 팀을 하나로 묶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표팀은 11일 공식 훈련을 통해 빙질 적응을 마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3일 밀라노의 빙판은 다시 뜨거워질 준비를 마쳤다.
그 주인공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