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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외치며 오열... '죽음의 공포' 극복한 최가온, 기적의 금메달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3 05:49

수정 2026.02.13 06:13

"들것 실려 나갈 뻔"... 1차 시기 덮친 '죽음의 공포'
마지막 3차 시기 '90.25점'... 클로이 킴 넘어선 대역전극
목숨 건 5번의 공중회전... 부상 투혼이 만든 韓 첫 금메달
"엄마!" 외치며 털썩... 고글 속 감춰둔 10대의 눈물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전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최가온은 1,2차 경기에서 넘어진 후 3차 시기에 90.25점을 받아 단독 1위에 올라섰다.뉴스1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전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최가온은 1,2차 경기에서 넘어진 후 3차 시기에 90.25점을 받아 단독 1위에 올라섰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엄마!"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18세 소녀는 더 이상 '올림픽 챔피언'이 아니었다. 그저 공포를 이겨내고 엄마 품이 그리웠던 아이였다. 최가온(세화여고)이 죽음의 공포를 딛고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을 썼다.

최가온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3차 시기 90.25점을 기록, '스노보드 여제' 클로이 킴(미국·88.00점)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하프파이프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상은 '설원 위의 격투기'나 다름없다.

7m 높이의 파이프 벽을 타고 올라 공중에서 3~4바퀴를 회전한 뒤 다시 얼음판이나 다름없는 바닥으로 떨어져야 한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도 수많은 선수가 착지 도중 머리부터 떨어지거나 경추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선수들에게 이 종목은 매 순간이 생명을 건 사투다.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 경기 도중 추락해 의료진의 조치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뉴스1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 경기 도중 추락해 의료진의 조치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뉴스1

이날 최가온에게도 그 공포가 닥쳤다. 1차 시기, 점프 후 내려오는 과정에서 보드가 파이프 턱(립)에 걸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최가온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최가온은 한동안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즉시 패트롤(의료진)이 투입됐고, 들것까지 준비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최가온의 올림픽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부상이 아닌, 선수의 생명이 걱정되는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뉴스1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뉴스1

하지만 최가온은 일어섰다. 비틀거리며 1차 시기를 마친 그는 2차 시기에서도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3차 시기. 출발대에 선 최가온의 표정에는 두려움 대신 결기가 서려 있었다. 방금 전 자신을 집어삼킬 뻔했던 그 파이프 위로 다시 몸을 던졌다. 망설이지도 않았다. 보드를 잡자마자 곧바로 출발했다.

공포를 이겨낸 18세 소녀는 날았다. 5번의 점프, 매번 공중에서 3~4바퀴를 회전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들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착지할 때마다 눈보라가 튀어 올랐고, 관중들의 함성은 커져 갔다.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뉴스1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뉴스1

모든 연기를 마치고 전광판에 '90.25'라는 점수가 찍히자, 리비뇨 스노파크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클로이 킴을 2위로 밀어내는 순간이었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최가온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글을 벗고 오열했다. 허공을 향해 "엄마!"를 외치며 펑펑 우는 최가온의 모습에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목숨을 걸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공포와 압박감이 한순간에 터져 나온 것이다.

최가온의 눈물.JTBC 캡쳐
최가온의 눈물.JTBC 캡쳐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클로이 김, 최가온, 동메달을 받은 일본의 오노 미츠키.뉴스1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클로이 김, 최가온, 동메달을 받은 일본의 오노 미츠키.뉴스1

유승민 IOC 위원장과 대표팀 감독도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2위를 기록한 클로이 킴조차 최가온에게 다가가 뜨거운 포옹을 건네며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축하했다.

최가온은 이번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것은 물론, 클로이 킴이 가지고 있던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을 경신(17세 3개월)하며 세계 스노보드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죽음의 공포조차 막지 못한 최가온의 금빛 비상, 대한민국 스키 100년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