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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임종언 '고군분투', 첫 메달 안겼지만... 韓 쇼트트랙 '적신호' 켜졌다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3 07:00

수정 2026.02.13 07:00

'막내 온 탑' 임종언, 짜릿한 날 들이밀기... 韓 빙상 첫 메달 신고
"치고 나가지 못한다" 무거워진 몸놀림... 옛 명성 잃은 쇼트트랙
황대헌 실격·최민정 탈락... 에이스들도 피하지 못한 '노메달' 수모
'설상 3개 vs 빙상 1개' 뒤바뀐 처지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 출전한 임종언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 출전한 임종언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차세대 에이스'이자 막내 임종언(18·고양시청)이 해냈다.

하지만 그 화려한 피날레 뒤에는 한국 빙상의 씁쓸한 현실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

임종언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4초611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최가온(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 김상겸(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 유승은(스노보드 빅에어 동)이 활약한 설상 종목에 이은 한국 선수단의 네 번째 메달이자, 빙상 종목에서 나온 첫 메달이다.

남자 1000m 동메달 획득한 임종언.연합뉴스
남자 1000m 동메달 획득한 임종언.연합뉴스

임종언의 레이스는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는 결승에서도 유효했다.

최하위 5위까지 처졌던 임종언은 마지막 바퀴에서 전매특허인 아웃코스 질주를 선보이며 로베르츠 크루즈베르크(라트비아)와 윌리엄 단지누(캐나다)를 연달아 제치고 3위로 골인했다. 세계랭킹 2위다운 저력이었다.

하지만 임종언의 고군분투를 제외하면,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의 성적표는 많이 아쉽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쇼트트랙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쇼트트랙 김길리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뉴스1
쇼트트랙 김길리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뉴스1

지금까지 치러진 혼성계주 2000m, 남자 1000m, 여자 500m 등 3개 종목에서 한국이 가져온 메달은 임종언의 동메달 1개가 전부다.

결과보다 더 뼈아픈 것은 경기 내용이다.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전반적으로 무거웠고, 레이스를 주도하는 모습은 실종됐다. 과거 한국 쇼트트랙의 전매특허였던 '선두 장악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레이스 내내 좀처럼 선두권으로 치고 나오지 못했다. 여자 500m의 간판 최민정(성남시청)이 준준결승을 1위로 통과한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가 하위권에서 겉돌거나 추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황대헌(강원도청)은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페널티로 허무하게 실격됐고, 함께 출전한 신동민(화성시청)은 선두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탈락했다.

쇼트트랙 최민정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결승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뉴스1
쇼트트랙 최민정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결승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뉴스1

여자부 역시 충격은 마찬가지였다. '에이스' 최민정은 500m 준결승에서 가장 유리한 1번 레인을 배정받고도 캐나다 선수들의 협공에 밀려 5위로 추락했다. 김길리(성남시청)와 이소연(스포츠토토) 역시 준준결승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큰 격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기대를 모았던 혼성계주에서의 불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길리가 넘어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냉정히 복기하면 사고 이전에도 한국은 3위권에 머물며 치고 나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하기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쇼트트랙 신동민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조2위로 준결승에 진출하고 있다.뉴스1
쇼트트랙 신동민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조2위로 준결승에 진출하고 있다.뉴스1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은 '불모지'라 불리던 설상에서 금·은·동을 모두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쓰고 있다.

반면, 전통의 효자 종목이자 '금밭'이라 불리던 빙상은 빈약한 수확에 그치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임종언이 천금 같은 동메달로 급한 불은 껐지만, 남은 남녀 1500m와 계주 종목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 쇼트트랙 위기론"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밀라노의 빙판이 증명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