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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실점→6실점, 포수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손성빈, 롯데 마운드에 벌어진 '소름 돋는 마법' [FN 이슈]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6 09:26

수정 2026.04.17 10:53

7연패에 홈 개막전 17실점 악몽… 안방마님 교체 후 벌어진 '마법 같은 6경기'
7연패 기간 7경기 57실점 -> 최근 6경기 단 6실점
선발 전원 5이닝 이상 투구... 8이닝 투구도 2번이나
김진욱의 완벽 부활... 타격 안 돼도 손성빈 써야만 했던 이유
다가오는 유강남의 FA 재취득, 롯데 명운 쥔 '진짜 안방마님'의 탄생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파이낸셜뉴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사직구장의 마운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믿었던 선발진은 줄줄이 무너졌고, 홈 개막전에서 당한 2-17이라는 굴욕적인 점수는 롯데 팬들의 가슴에 깊고 쓰라린 생채기를 남겼다. 특히 개막전 2연승 이후 창원 원정과 홈 3연전 등에서 7연패의 늪에 빠지는 동안 롯데 마운드가 허용한 점수는 무려 50점을 훌쩍 넘겨서 57점에 달했다.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로만 치부하기엔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던 시점. 김태형 감독은 결단을 내렸고, 안방의 주인을 바꿨다. 그리고 사직벌에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완벽한 '마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손성빈이 본격적으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 KT 위즈전부터다. 절망적인 연패의 사슬 속에서 선발 출전한 그는 그날 선발 투수 김진욱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8이닝 1실점이라는 놀라운 역투를 이끌어냈다.

우연이 아니었다. 이틀 뒤인 10일 키움전에서는 '1선발' 엘빈 로드리게스가 8이닝 1실점, 11일 제레미 비슬리마저 7이닝 무실점의 대역투를 펼쳤다.

선발 투수 세 명이 연달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넘어선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준 것이다. 비록 12일(0-2 패)과 선두 LG를 만난 14일(1-2 패) 경기에서 타선의 침묵으로 연패를 안았지만, 투수진이 허용한 점수는 단 2점에 불과했다.

그리고 15일 LG와의 맞대결에서 2-0의 짜릿한 영봉승을 합작해냈다.

손성빈이 선발 마스크를 쓴 6경기 동안 롯데 마운드가 내준 총 실점은 고작 '6점'이다.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앞선 경기들에서 50점 이상을 헌납하며 무너졌던 마운드가 안방마님 한 명 바뀌었다고 이렇게까지 180도 달라질 수 있을까. 표본이 적다고 치부하기엔 투수들의 구위, 제구,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의 편안함이 확연히 달라졌다. 아무리 타격이 부진하더라도 사령탑이 손성빈을 라인업에 고정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강력한 명분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손성빈때문에 실점이 극단적으로 바뀌었다는 확실한 인과관계는 없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그때 맞춰서 올라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실점률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사령탑이 손성빈을 선발로 쓸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투수들과 호흡이 좋아졌다는 것은 경기에서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손성빈은 결코 혜성처럼 등장한 깜짝 스타가 아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특유의 강견과 영리한 투수 리드로 고교 무대를 평정하며 '이만수 포수상'을 거머쥔 대형 포수 유망주였다. 당시 바로 앞에서 손성빈을 지명하지 못했던 한화도 큰 아쉬움을 표했을 정도였다. 특히 고교때부터 강했던 어깨는 프로에 와서 더욱 좋아졌다. 롯데가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그를 품에 안았을 때, 부산 팬들은 단숨에 10년을 책임질 안방마님이 탄생했다며 열광했다.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야구계에는 "좋은 포수 하나를 키워내는 데는 최소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다.

투수와의 교감, 수많은 타자들을 상대하며 쌓이는 데이터, 그리고 찰나의 순간 판을 읽는 수싸움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프로 입단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그 기나긴 담금질의 시간이 마침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그의 진가는 15일 선두 LG와의 팽팽한 투수전에서 폭발했다. 김진욱을 6.2이닝 무실점으로 이끌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은 것은 물론, 3회초에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던 상대 선발 라클란 웰스의 초구를 걷어 올려 시원한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타격마저 혈을 뚫어버린 것이다. 마운드를 내려온 김진욱은 모든 공을 손성빈의 리드로 돌렸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김태형 감독조차 배터리의 호흡에 찬사를 보냈다.

손성빈의 폭풍 성장은 현재 롯데 구단의 장기적인 로스터 구성과도 직결돼 있다.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손성빈.롯데자이언츠 제공

주전 포수 유강남의 4년 FA 계약이 올해로 끝이 나고, 내년 시즌이 종료되면 다시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당장 내일의 안방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체 육성한 1차 지명 포수의 도약은 구단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절대적이다.

강한 어깨로 주자의 발을 묶고, 흔들리는 투수의 마음을 다잡으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볼 배합까지. 롯데 팬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목말라했던 '진짜 포수'의 모습이 지금 사직구장 홈플레이트 뒤에서 완성되고 있다.


투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등에 업고 공수에서 자신의 가치를 폭등시키고 있는 2002년생 특급 재능.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안방마님 시대가 활짝 열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