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숙칼럼
최진숙칼럼 기사 총 4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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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의 우울
    유럽의 우울

    "오바마를 보고 있으면 내가 어렸을 때 존경하던 사람들과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끌어올린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2016년)'에 나오는 대목이다. 명확하고 완벽하게 표준발음을 구사하는 오바마의 억양은 밴스에게 생경했다. 현대 미국의 엘리트 사회를 자신의 것으로 확신하고 행동하는 오바마를 �

    2025-03-05 18:03:46
  •   다이너마이트 트럼프
    다이너마이트 트럼프

    늦가을 마러라고의 밤은 묘한 들뜸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의 지난해 11월 말 미국 플로리다행은 전격적이었고 은밀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캐나다산 25% 관세'를 올린 순간부터 트뤼도는 바빴다. 글이 올라간 지 2시간 만에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날을 요청한다. 그로부터 날짜 통보를 받은 것은 이틀 뒤다. 조용히

    2025-01-22 18:20:26
  •   수출마저
    수출마저

    폐허의 땅에도 수출 무역선의 뱃고동이 울렸다. 1948년 2월 화신무역이 빌린 낡은 화물선 앵도환(櫻桃丸)이 부산항에서 출발해 홍콩 빅토리아 부두로 향했다. 이 행로가 한국 수출의 첫걸음이다. 당시 앵도환에 실린 물품은 한천과 건어물이 전부였다. 상인들은 각지에서 소달구지로 옮겨와 다시 큼지막한 그물망에 담은 뒤 배에 실었다는 기록이 있다(한국무역협회, 무역연감).

    2024-12-16 19:23:43
  •   이단아 머스크의 계획
    이단아 머스크의 계획

    "그는 화성에 너무 과도하게 열중하고 있더군요. 그가 화성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설명하도록 내버려두었더니, 뭐랄까 좀 기괴한 느낌이었어요." 말하고 있는 사람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다. 언급된 '기괴한 느낌'의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게이츠가 머스크와 화성 이야기를 언제 나눴는지는 모르겠으나 2022년 미국 텍사스 테슬라

    2024-11-25 18:27:39
  •   힌턴의 오래된 생각
    힌턴의 오래된 생각

    그는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미국 타호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2012년 12월이다. 버스 뒷좌석에 누운 상태로 뉴욕까지 갔다. 거기서 캘리포니아 트러키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다. 다시 택시 뒷좌석에 드러누워 30분 동안 산길을 올랐다. 그렇게 시에라네바다산맥 북쪽에 있는 타호에 다다랐다. 당시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케이드 메츠)에게 말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2024-10-21 18:35:42
  •   오죽하면 한은 총재가
    오죽하면 한은 총재가

    참고서 저자들이 시대를 풍미한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말 안현필이 펴낸 '영어실력기초'는 500만부 이상 팔렸다. 제주 출신인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 배달을 하며 영어 공부를 했다. 돌아와 학원을 설립하고 여기서 직접 교재를 만들어 일약 갑부가 된 것이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과 '수학의 정석' 홍성대는 1960년대 후반 학원가를 휩쓴다. 이들�

    2024-09-30 18:33:50
  •   벤처 영웅의 몰락
    벤처 영웅의 몰락

    미국의 제프 베이조스가 세상의 모든 물건을 인터넷에서 팔겠다는 포부로 아마존 문을 연 때가 1994년이다.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도 그해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신시장이 우리에게 온 것은 그로부터 2년 뒤다. 데이콤의 사내벤처 인터파크와 롯데인터넷백화점에서 K이커머스는 시작된다. 그때 직원들은 이메일로 주문을 받고 계좌에서 입금을 확인한

    2024-08-05 18:17:50
  •   라면, 바다를 건너
    라면, 바다를 건너

    "라면의 탄생은 수천년 동안 이어진 허기를 달래준, 식량사의 전환으로 꼽힌다('라면을 끓이며')"고 말한 이는 소설가 김훈이다. 라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나온 것이 1963년이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됐던 시대다. 시장 상인들은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잔반과 음식물 쓰레기로 꿀꿀이죽을 끓여 5원에 팔았다. 간혹 씹다 뱉은 껌이나 담배 꽁초까지 섞여있기�

    2024-07-01 18: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