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 서울시내 유명 프로포즈 카페 3곳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06 08:45

수정 2009.08.06 11:31


“제가 오늘 여자친구랑 크게 다퉈서 연락이 안되요. 어쩌죠.”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레스토랑 티라(Thira)의 조용석 사장(37)은 저녁 무렵 전화 한통을 받았다. 여자친구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이벤트를 신청한 남성 고객은 풀이 죽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당일 환불이 되지 않으니 금전적 손해야 없지만 조사장도 애가 탔다. 장미꽃과 촛불로 예쁘게 이벤트 룸을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그는 남성고객을 설득해 여자친구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단단히 토라져 전화를 받지 않던 여자친구는 뜻밖의 전화에 의아해하면서 결국 남자친구와 식당을 찾았다. 자정을 훌쩍 넘어 레스토랑을 찾은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좋게 식사를 하고 사랑을 속삭였다.

“이제까지 100회 가량 프로포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나는 남는 커플이었어요. 제가 화해를 시킨 것 같아 기분도 좋구요.”

티라는 그리스인들이 산토리니를 칭하는 말이다. 우연히 이탈리아와 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조 사장은 그곳의 풍광을 듬뿍 담은 식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 2007년 10월 이곳의 문을 열었다.

“한국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 그리스 산토리니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어요. 또 파스타와 피자를 좋아하는 여성분도 많구요. 젊은 여성들이 또 필요로 하는게 무엇일까 하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사랑 고백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룸도 마련하게 됐어요.”

흰색과 파란색이 깔끔하게 어우러진 홀에는 4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이벤트룸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그때 그때 꾸민다.

프로포즈 이벤트의 가격은 13만원부터 40만원까지 다양하며 연중 12월이 가장 붐빈다. 가격이 비쌀수록 현수막과 케이크 등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가 많아지지만 수많은 커플을 지켜본 조 사장은 “연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역시 돈보다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강남역 인근에서 프로포즈룸 ‘엔스카이’를 운영 중인 배한나 사장(28)은 연인을 깜짝 놀래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 엔스카이는 딱딱한 사무실이 즐비한 오피스텔 빌딩 사이에 있고 상호를 알아볼만한 어떤 표시도 없다.

“남자 고객들이 주로 ‘아는 형 사무실에 놀러가자’거나 ‘아버지 친구분께 서류 하나 전해주자’고 말한 뒤 여자친구를 데려오세요. 예상을 전혀하지 못해서인지 문을 여는 순간 눈물부터 쏟는 여성 고객들이 많아요.”

17평의 작은 공간은 하얀 디지털 피아노와 아기자기한 소품, 100여개의 촛불로 꾸며져 있다.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창가엔 2인용 식탁을 놓았고 대형TV로는 연인을 위해 준비한 영상편지도 감상할 수 있다.

한때 유명 호텔 외식사업부에서 근무한 배 사장은 음식 조리와 영상 편집, 인테리어 등을 모두 혼자서 해낸다. 프로포즈에 서툰 남성고객들에게는 여자친구 에스코트하는 법과 고백하는 순서까지 꼼꼼하게 지도한다. 그는 “호텔에서 배운 전화 응대와 테이블 세팅, 고객 대하는 법 등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포즈 이벤트의 가격대는 17만원부터 60만원까지이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20∼30만원대의 상품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그는 강남역 최초의 프로포즈룸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주말과 연말 등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려야할 때 바쁜게 단점이지만 직장에 다닐 때보다 자유시간이 많고 벌이도 낫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이어서 매우 가치있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크고 작은 프로포즈 카페들이 생기는 중에도 ‘원조’는 따로 있다. 남산 소월길에 위치한 ‘촛불 1978’ 레스토랑은 유명인들이 두루 거쳐간 명소 중의 명소다.

상호에서 짐작하듯 이 곳은 1978년에 세워졌다. 장경순 사장(43)은 대한민국 대표 프로포즈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프로포즈 룸을 무려 5개나 만들었다. 개그맨 서세원과 서정희 부부, 야구선수 이승엽과 이송정 부부 ,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부부가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했으며 이제까지 10만쌍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로포즈 이벤트 상품의 가격대는 10만원부터 41만원까지다.

이곳은 하루 두번 모든 조명을 끄고 촛불만 켜는 ‘촛불타임’으로도 유명하다. 평일 저녁 7시와 9시, 주말 저녁 6시와 8시부터 약 30분간 진행되는 촛불타임동안 연인들은 사랑 고백을 하고 직접 쓴 편지를 읽는다. 당초 친구의 식당을 인수한 장 사장은 ‘촛불’이라는 상호가 촌스러워 개명을 생각했지만 단골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지금까지도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

매년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때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이 꼭 웃으며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촛불1978의 한 관계자는 “프로포즈를 받은 여성 고객이 거절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식사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날 때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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