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캐시리스 사회 '돈, 있어도 못 쓴다'..불편한 현금 소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6 13:57

수정 2020.09.06 13:57

현금없는 매장 늘고 인터넷쇼핑 보편화..현금만으로 하루살기 체험
3일 서대문구의 한 옷가게. '1만원'이란 글자 밑에 작은 글씨로 '카드 11,000원'이 쓰여 있다. 이처럼 일부 가게에서는 현금을 내면 카드로 내는 것보다 싸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는 불법이다.
3일 서대문구의 한 옷가게. '1만원'이란 글자 밑에 작은 글씨로 '카드 11,000원'이 쓰여 있다. 이처럼 일부 가게에서는 현금을 내면 카드로 내는 것보다 싸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는 불법이다.
스타벅스·할리스커피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 일부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타벅스·할리스커피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 일부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3일 아침, 버스의 현금 결제함에 버스비 1300원을 넣고 있다.
3일 아침, 버스의 현금 결제함에 버스비 1300원을 넣고 있다.

[파이낸셜뉴스][파이낸셜뉴스] '캐시리스(cashless) 사회'에서 현금 없이 하루를 산다면 어떤 일일 벌어질까. 기술발전으로 신용카드를 비롯해 휴대폰 소액결제, OO페이 등이 쏟아지면서 현금은 쓸 곳이 적어지고 있다. 현금없는 매장이 늘고, 인터넷쇼핑 보면화 등으로 현금만으론 생활의 불편이 점차 커지고 있다. 디지털금융이 어디까지 일상화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금만으로 하루를 살아봤다.

■대중교통 환승 할인 혜택 못 받아
"아 제가 현금이라서...먼저 내세요." 출근길, 버스에서 허둥지둥 지갑을 뒤적이다 눈치가 보여 뒤따라 탄 손님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까지 들고 동전을 꺼내려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비는 카드 결제보다 100원 비싼 1300원이었다.

버스-지하철 간 환승은 불가능했다. 현금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면 비용이 2배인 셈이다. 회사가 있는 여의도역까지는 1650원.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하니 보증금 500원이 추가됐다.

카드 발매기에 1만원을 투입한 후 카드와 거스름돈을 기다렸다. 갑자기 화면에 '사용중지' 창이 떴다. 카드는 나왔지만 기계에 돈이 부족해 거스름돈은 6000원만 나온 것이다. 역 직원에게 문의하라는 안내가 떴지만 이미 지하철은 전 역을 출발한 상태였다. 출근시간에 늦을 수 없어 일단 나온 돈만 챙겨 지하철을 탔다.

■커피숍…인터넷쇼핑… '현금은 불편해'
돈은 있지만 현금만 있다면 소비할 수 없는 사업장이 많았다. '현금 없는 매장', 즉 현금은 받지 않는 매장을 이용하는 경우다. 점심식사 후 커피를 사기 위해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돈을 내려는데 직원의 표정이 곤란해졌다. '현금 없는 매장'이라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단 설명이었다.

발걸음을 돌려 향한 다른 카페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2300원짜리 커피를 사고 5만원권을 내밀자 거스름 돈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옆의 식당에 들어가 양해를 구해 환전한 후에야 커피를 살 수 있었다.

간단한 간식을 사먹으려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는데, 여기도 '현금 없는 매장'이어서 구매를 포기했다.

인터넷 쇼핑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인터넷 서점 책 구매 결제 시에 '무통장 입금'을 선택하면 현금으로도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었다. 결제 금액은 2만8800원이었다. ATM기에 가보니 동전은 입금할 수가 없었다. 100원 단위 현금을 송금하려면 은행 창구에 가야 했다. 은행에 방문할 시간이 부족해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

■현금 결제 요구는? 엄연한 '불법'
한편에선 현금을 사용하면 할인 혜책을 주는 매장도 있었다. 퇴근후 신촌의 한 미용실에서는 시술 뒤에 현금으로 결제하면 5% 할인 혜택을 줬다. 근처 옷가게와 신발가게에서도 같은 상품이라도 카드 결제 가격이 더 비쌌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은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법 제19조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현금거래시 상점이 부가세 등 세금을 탈루 할 수도 있다. 현금으로만 살아본 하루는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매장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현금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야 했고, 일일이 기록을 하지 않으면 오늘 소비한 금액이나 남은 잔액을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jo@fnnews.com 조윤진 인턴기자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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