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종전선언 어려우나 남북관계 개선 의지
종전선언, 北에 보내는 국제협력 초대장 일환
北 당장 호응 없더라도 정부의 의지 보여줘
종전선언, 北에 보내는 국제협력 초대장 일환
北 당장 호응 없더라도 정부의 의지 보여줘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벽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발언하며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가 6·25 전쟁 70주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 종식돼야 한다”며 종전선언 카드를 내밀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를 열기위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종전선언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2018년 남북미 정상의 잦은 정상회의 속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지만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접근 방식에서 입장차가 뚜렷해지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당장 종전선언을 구체화시키자는 선언적 의미보다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이 국제평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최근 침묵하고 있는 북한에 협상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고 비군사적·비정치적 영역의 남북 교류협력을 시작하자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했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작은 접근’, 방역·보건협력 등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접촉면을 늘리자는 정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아직 북한은 어떤 호응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중호우와 태풍피해라는 3중고 속에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내치와 내부결속에 전념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의 시간' 만들기의 여건 조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은 “북한에게 보내는 동북아의 포용적 국제협력으로의 초대장”이라면서 “남북관계가 장기조정국면인 현재 동북아 협력의 큰 장을 세워 북한이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종전협정은 단기적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오는 2023년까지 종전선언 추진의 기간으로 삼아 중기적 목표로 수행해간다는 심정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계속 나아가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종전선언의 언급에서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 및 남북대화 재개 의지를 대통령 차원에서 재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당장 호응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정부의 일관된 진정성을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협상은 난항을 거듭했고 첫 단추에 해당하는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진전되지 못했다”면서 “이번 유엔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평화 보장의 시작 지점’,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으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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