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작용 고지 않는 의료시술··· 고 박지선 사례에 재조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9 07:00

수정 2020.11.09 08:42

고 박지선씨 학창시절 박피술 받은 뒤 고통
박피 등 각종 시술 앞서 부작용 고지해야
위반 사례 꾸준히 발생하지만 개선 '아직'
[파이낸셜뉴스] 부작용을 환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미용수술 및 시술을 받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측 과실을 따져볼 수 있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병원과의 법적공방이 부담돼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사망한 개그맨 고 박지선씨 역시 학창시절 박피시술을 받은 뒤 피부질환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 박지선씨가 학창시절 박피시술을 받은 뒤 피부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 박지선씨가 학창시절 박피시술을 받은 뒤 피부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부작용 설명 않는 의료현장, '피해 속출'
9일 법조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고 박지선씨가 박피시술 이후 피부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부작용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기존에 효과만 강조될 뿐 부작용이 소홀히 취급되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10년 KBS 연예대상 수상 뒤 피부질환을 오래 앓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피부질환으로 개그맨이 흔히 하는 분장뿐 아니라 가벼운 화장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수상소감을 통해 알린 게 계기가 됐다.

박씨는 이후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피부과에서 여드름 진단을 받고 피부를 단기간에 여러 번 벗겨내는 시술을 받고 상황이 악화됐다고 증언했다.

박씨가 받은 시술은 1990년대 후반부터 크게 유행했던 박피술로, 피부를 강제로 벗긴 뒤 새살이 돋도록 하는 미용시술이다.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방법과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실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와 병원이 법적 분쟁까지 간 사례도 여럿이다.

문제는 적절한 진단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각종 수술과 시술을 앞두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며 상담을 구하는 경우가 연간 100건을 웃돈다.

피해자 중 병원으로부터 부작용 설명을 충실히 듣지 못했다고 응답하는 사례도 과반을 훌쩍 넘겼다.

시술 중 동의하지 않은 치아에 대해서까지 시술을 당했다며 진료 받던 치과에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A씨는 “교정으로 진료 중이었는데 ‘치아를 모아준다’며 그냥 아래 치아들을 갈아버리더라”며 “‘어차피 (치료절차에 치아삭제가) 예정돼 있었다’고 하던데 다른 병원에 물어보니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고 부작용도 커서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턱 수술 이후 음식을 씹기가 어려워졌다는 B씨 역시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현금으로 하면 얼마가 싸고 그런 건 얘기를 잘 해줬지만 부작용 얘기를 안 해줬는데 병원에선 다 해줬다고 해서 답답하더라”고 토로했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설명할 의무를 엄격하게 묻고 있지만 현장에선 최근까지도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한다. fnDB
법원은 의료진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설명할 의무를 엄격하게 묻고 있지만 현장에선 최근까지도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한다. fnDB

■法, 의료진에 설명의무 엄격히 지워
법원은 의료사고 재판에서 의료진에게 설명의무를 엄격히 지우고 있다.

올해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016년 지방흡입수술을 받다 사지마비와 언어장애를 입은 20대 환자가 낸 소송에서 병원에 40%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놔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병원 측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대법원은 (의료인이) 환자에게 치료방법의 내용이나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에 대해 설명해서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수술이나 시술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위반하면 병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설명의무 입증책임이 의료인에게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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