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에도 집값과열 여전
#.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는 A아파트 한 매물이 14억원에 거래되자 동일평형 매물을 보유한 집주인이 네이버부동산에 곧바로 15억원에 등록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호가를 일단 높여 놓고 매수 문의가 있는지 관망하겠다는 집주인이 단지별로 한두명씩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 쇼크'라고 자평한 '2·4 공급대책'이 나왔지만 온라인 기반의 부동산거래 플랫폼은 무풍지대다. '영끌' '패닉 바잉' 등으로 전국 아파트단지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네이버부동산, 호갱노노,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매도인의 무분별한 '호가 올리기'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집주인이 실제 매도의사 없이 '묻지마식'으로 수억원을 올려 불러도 부동산 과열 상황에서 집값 상승과 시장교란으로 이어지는 폐단을 막기엔 속수무책인 셈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앱이 정보교환을 넘어 눈치싸움, 호가 올리기의 장이 되면서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84㎡ 기준)는 직전 분양권이 약 20억원에 거래되자마자 23억원짜리 호가 매물이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됐다. 인근 삼성래미안아파트도 최근 전용 109㎡ 매물이 12억9500만원에 손바뀜하자마자 14억7500만원의 호가 매물이 부동산 앱에 올라왔다.
서울 대부분 중개업소들은 "매도인, 매수인 할 것 없이 부동산거래 플랫폼만 쳐다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 실거래가가 공시되면 부동산 앱에서 집주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경쟁적으로 호가를 올린다는 것. 부동산 플랫폼이 호가 올리기의 온상이 된 건 아파트 매수심리가 꺾이지 않는 이유가 크다. 지난 1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109.8을 기록,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다 보니 부동산 앱 이용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호갱노노 이용자 수는 125만명, 네이버부동산 이용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부동산대책이 잇따라 발표된 지난해 7월 주요 부동산 앱 일간 순이용자는 100만명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민관 모니터링 기관들도 호가가 급격하게 오른 매물을 관리하고는 있지만 규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4 대책이 나왔지만 당장 풀리는 물량이 아닌 데다 매수심리는 '역대급'인 상황에서 호가 상승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집주인이 일부러 호가를 높여 매물을 등록, 관망하기를 반복하더라도 매도 의사가 없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입증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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