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한국 최초 우주 SF영화 '승리호'에는 우주 쓰레기 청소라는 생소한 업종이 등장한다. 청소선 '승리호'에 탑승한 장 선장(김태리)과 김태호(송중기), 타이거 박(진선규)은 우주 쓰레기를 주워와 파는 일로 푼돈을 벌며 살아간다.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나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우주 건축물에서 발생한 잔해를 수거하는 일이다.
이들이 2092년의 지구를 떠나 승리호에 탑승한 이유는 지구가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사람이 살기 힘들정도로 황폐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우주 개발기업 UTS가 지구의 위성궤도에 인공 거주지를 띄워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띄운다. UTS가 쾌적하게 조성한 고급 거주구에는 전체 시민의 5%만이 살 수 있다. 이에 속하지 못한 시민들은 지구에 남거나 낙후 인공도시에서 지내며 우주 노동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승리호 선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같은 쓰레기라고는 하지만 우주와 지구 상의 수거 작업의 난이도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초반부에는 우주쓰레기 청소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UTS의 CEO인 제임스 설리반에게 질문하는 한 기자의 대사를 빌어 설명하고 있다.
"우주는 쓰레기 천지에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유실된 우주정, 우주 건축물의 잔해들,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며 만들어낸 수만~수억 개의 작은 조각들, 지금도 청소부들은 한 줌도 안되는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총알보다 열 배나 빠른 우주 쓰레기를 쫓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우주 쓰레기는 우주개발에 있어 큰 골칫거리다. 우주 쓰레기는 시속 4만㎞ 정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영화 속의 설정대로 총의 탄환 속도인 시속 3500㎞보다 약 11배 빠르다. 우주에서 수명을 다한 뒤 폭발한 인공위성의 남은 잔해가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폭발시의 속도를 유지한 채 지구 궤도에서 계속 원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처럼 우주쓰레기 청소는 정말로 돈 벌기 어려운 업종일까? 영화가 앞으로 70년 후의 미래 세상을 그리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우주 쓰레기 청소는 아무나 뛰어들 수 없는 첨단 업종이다. 미국의 나사(NASA)와 유럽우주기구(ESA) 등 전 세계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우주 쓰레기 제거와 관련한 고도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021년도 우주개발진흥 시행계획'을 내놓고 올해 6150억원 규모의 우주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이러한 계획에는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에는 민간 업체들도 속속 우주 쓰레기 청소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의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가 유럽우주국(ESA)과 맺은 계약은 한 사례다. 클리어스페이스는 이 계약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우주 쓰레기 수거 위성을 발사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8620만유로(약 116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쓰레기 청소가 향후 민간 업체들의 참여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대 국방무인연구원 윤용현 교수는 "앞으로 우주 쓰레기가 더욱 늘면서 우주 쓰레기 제거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승리호 배경인 2092년까지 우주 쓰레기 제거 단가가 낮아지며 영세산업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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