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의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한 임대인(건물주)과 임차인(세입자)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제소 전 화해 절차 진행 중에 월세를 3개월 이상 밀리는 임차인들이 등장하면서 임대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3기 이상 월세를 밀리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소 전 화해란 민사분쟁 시 당사자 간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 전에 법관 앞에서 화해 조서를 받는 제도다.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조서를 기초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제소 전 화해는 당사자 간 동의 아래 합의된 내용으로 작성한다.
대법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제소 전 화해 신청 사건은 1만 415건으로, 2017년(1만 987건) 2018년(1만 907건)에 이어 매년 1만건이 넘는다.
임대차관계의 제소 전 화해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엄정숙변호사의 제소 전 화해’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제소 전 화해 성립 건수는 214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245건) 2019년(277건) 2020년(269건)에 이어 매년 2백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98% 이상은 임대차관계의 제소 전 화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들은 임차인의 동의를 얻어 제소 전 화해 신청서까지 작성하며 안정적인 월세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임차인들은 3기 이상의 월세를 내지 않고 건물을 비워주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이 같은 경험을 한 임대인들은 기간과 정신적 손해가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제소 전 화해 조서가 성립된 경우와 달리, 절차 진행 중에 실무에서 계약 위반사항이 발생하는 사건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전문가들은 임대차계약 관계의 제소 전 화해 절차 진행 중에 임차인이 계약을 위반했다면 명도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변호사는 “제소 전 화해 절차 진행 중에 임차인이 월세를 3기 이상 밀리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임차인이 기일 날 법정에서 제소 전 화해 조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불성립된다” 며 “이 경우는 명도소송 절차를 진행해서 판결문을 받아 내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절차 진행 중 계약위반 사항이 일어났다면 제소 전 화해를 포기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 명도소송을 시작하면 통상적으로 4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비용과 기간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명도소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제소 전 화해 조서가 불성립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며 “임차인이 밀린 월세를 다 내고 협조적이라면 제소 전 화해 절차를 계속 진행시키고, 비협조적이라면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부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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